최근 글로벌시장에서 핀테크가 급성장세다. 핀테크 자체 성장뿐만 아니라 금융사의 핀테크 활용 및 협력도 크게 늘고 있다. 이제 핀테크가 금융산업 변방에서 주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시가총액으로 본 금융권 구조와 순위변동이 단적인 예다. 5년 전만 해도 금융권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톱은 중국 공상은행, 웰스파고, JP모건, 중국은행 등 은행권 독무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톱5 가운데 은행은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뿐이고 나머지는 대표적 핀테크라 할 수 있는 페이팔과 핀테크를 적극 활용·협력해서 핀테크업체化하고 있는 비자, 마스터카드가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왜 이렇게 단기간에 핀테크가 주력으로 올라서고 있는가. 전문가들은 핀테크업체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시장에서 핀테크 투자, 특히 핀테크업체 M&A가 급증하고 있는 게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KPMG에 따르면 핀테크 M&A는 2020년 758억달러, 2021년 831억달러로 연속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금융사 비즈니스모델을 넘어 금융업 구조 변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크로스보더 M&A 거래액(362억달러)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해 M&A를 통한 해외 진출 추세로도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초기엔 페이팔 등 빅테크들이 M&A를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JP모건, 뱅크오브 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기존 금융사들의 'M&A를 통한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사실 M&A는 정보 공개가 제약적이고 인수·피인수업체 간 눈높이가 달라서 웬만해선 성사율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핀테크업체의 M&A엔 왜 불이 붙었을까.
전문가들은 첫째 금융권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충격으로 더욱 빠른 디지털화가 요구됨에 따라 급격한 구조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을 꼽는다. 구조 전환을 빠르게 하려면 회사 내부 인력 양성이나 R&D 투자 등 오가닉(organic) 성장만으론 불가능하다.
'M&A를 통한 외부 인력 및 조직의 투입 등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요즘처럼 기술 변화가 빠를 때는 자체 개발만으론 어림없다. 구글의 경우 알파고든 유튜브든 다 M&A했다.
둘째 기존 금융사들은 글로벌 트렌드라 할 수 있는 금융 디지털·모바일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인력 및 조직이 취약하다. 강력한 디지털·모바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빅테크와 맞닥뜨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불과 5년 만에 글로벌 금융 톱 자리를 내준 글로벌 은행들의 반성이 이들 핀테크 M&A 확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금융 성격이 플랫폼화하면서 과거와 다르게 비금융서비스와 계속 융합·확대되고 있는 점도 핀테크 M&A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예컨대 소비자 만족도를 경쟁적으로 높이기 위해선 금융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의 생활상 중요하거나 재미 등 때문에 관심도가 높은 비금융서비스(게임, 통신, 의료헬스, 부동산 등)와의 융합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비금융서비스를 기술적으로나 사업모델상으로 연결시켜 주는 핀테크업체 M&A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는 2015~2020년 발빠른 성장세를 보이다가 작년 이후 주춤하고 있는 우리나라 핀테크 성장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글로벌 리서치업체인 핀덱서블에 따르면 주요국 핀테크산업 발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20년 18위에서 2021년 26위로 8계단 하락했다.
국내 핀테크기업 매출(186개 기업 기준)도 2020년 4조5089억원으로 사별 평균 242억원으로 낮다. 무엇보다 신산업 성장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유니콘도 아직 토스 1개뿐이다.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이 94개인 점을 감안하면 적다.
어떻게 하면 핀테크 성장세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가성비 좋은 한 가지를 꼽는다면 지금 시점에선 핀테크 M&A 활성화가 아닐까 한다. 4차 산업혁명기엔 기업 자체의 오가닉(organic) 성장만으론 한계가 있는 데다 특히 현재 금융사들도 빅테크와의 경쟁 때문에 핀테크업체 M&A에 대해 내심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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