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도 미국에서 매달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 중인 가운데 이달 18종에 달하는 대다수 차종에 대해 48개월 무이자 할부와 90일 지불 연기 프로모션 내걸었다.
통상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비수기인 연말연시 판매 확대를 위해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만, 성수기에 접어든 3월까지 혜택을 늘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목표치 99만대를 반드시 달성해 미국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3월 프로모션 조건으로 500달러 현금 할인을 비롯해 48개월 무이자 할부, 90일 지불 연기를 포함한 금융 상품을 제공한다. 대상 차종은 엘란트라(아반떼)와 쏘나타, 투싼, 코나, 싼타페, 싼타크루즈, 엑센트 등 주력 모델이 포함됐다.
차종에 따라 혜택은 더 커진다. 구형 모델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현금 구매 시 1500달러를 할인해주고, 금융 상품 선택 시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90일 지급 연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판매하는 수소전기차 넥쏘는 72개월 무이자 할부에 최대 2만5000달러를 할인해준다. 다만 현지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팰리세이드는 특별한 혜택 없이 판매한다.
현대차가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글로벌 차량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히려 프로모션을 강화한 것은 최대 판매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 브랜드와 격차를 더 크게 벌리기 위한 승부수다. 올해 현대차는 북미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20% 증가한 99만대로 잡았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공급난 속에 오히려 판매를 확대해 미국 시장 입지를 굳히는 전략이다.
앞서 현대차는 2월 미국에서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10만5088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현대차는 2월 기준 역대 최다인 5만5906대를 팔아 10.4% 늘었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토요타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월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해 토요타, 혼다, 스바루, 마쓰다의 합산 미국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다.
올해 현대차는 친환경차를 바탕으로 미국 판매를 확대한다. 미국 내 주요 업체들이 판매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1만5218대(현대차 8815대·기아 6403대)의 친환경차를 팔아 작년 동기 대비 271.4% 성장했다. 연내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현대차 아이오닉6 등 신형 전기차를 미국에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