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2 시리즈가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로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GOS 기능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SW)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조사를 검토하고 소비자 집단소송으로까지 불길이 번졌다. 급기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GOS 사태에 항의 의사를 표현하는 소액주주의 보이콧까지 이어졌다.
GOS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고성능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앱)을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탑재한 시스템 SW다. 기기 과부하가 우려되는 특정 앱 실행 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성능과 화면 해상도, 그래픽 등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도한 발열로 인한 손상과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좀 더 쾌적한 모바일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문제는 성능 제한이 사용자에게 제대로 안내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원UI 4.0(안드로이드12)을 적용하면서 기존에 이용자에게 제공하던 GOS 선택 기능을 배제했다. 고성능 게임뿐만 아니라 컴퓨팅 자원의 소모가 크지 않은 일반 앱까지도 성능 제한 목록에 포함했다. 최고 성능을 기대하며 비싼 값을 주고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구입했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발열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컸던 만큼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제한된 성능에서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 조사와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의사 결정이 과연 삼성전자가 줄곧 강조해 왔던 '고객' 관점에서 이뤄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해 출범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한 부회장은 “고객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갤럭시 스마트폰 성공 역사를 최일선에서 함께해 온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 역시 언팩 때마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항상 귀 기울이고 이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GOS 논란으로 신뢰도에 타격을 받았다. 단순히 SW 업그레이드만으로 봉합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최고 성능 구현과 안정적 발열 관리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면 해당 앱 목록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객 목소리가 왜곡되게 반영된 것은 없는지, 진정으로 고객이 갤럭시 스마트폰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길 바란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