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 개발자 '격세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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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불가피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SW 개발자 임금 인상의 광풍이 한풀 꺾인 이후 대기업은 물론 중소 SW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약속이나 한 듯 털어놓은 말이다. SW 개발자에 대한 쟁탈전이 쉽지 않았다는 후일담이다.

격세지감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SW 개발자는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어려운(Difficult) 3D 기피 직업으로 회자됐다. 당시에는 3D에 '희망없는'(Dreamless) 단어까지 덧붙여져 4D 직종이란 말까지 거론됐다.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화두로 부상하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SW 개발자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SW 개발자 확보를 위해 임금 인상 등 파격적 대우가 넘쳐났다.

SW 개발자 쟁탈전에 불이 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대기업은 SW 개발자를 지키기 위해 임금을 인상했고,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않은 임금 인상과 다양한 복지 혜택을 앞다퉈 내놓았다. 가위 SW 개발자 전성시대다.

그동안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던 SW 개발자가 이전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더 좋은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 SW 개발자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일각에선 SW 개발자 몸값 상승을 시대 변화에 따라 그동안 열악했던 처우에 대한 보상이자 합리적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대기업과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중소SW 기업이 우수 SW 개발자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시장과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산업적·사회적 부가가치는 커질 수 있다. 긍정적 효과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양극화 현상은 부정적 효과다. 중소 SW기업은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부족한 SW 개발자를 보충하려고 전례 없이 좋은 조건으로 채용하고, 역대 최고로 임금을 인상해도 이직하는 사례가 빈발한다.

대기업의 SW 개발자 임금 인상 경쟁은 아예 따라갈 수 없다. 핵심 인재 유출을 감수해야 한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해하지만 핵심 인재 이탈은 기업 경쟁력에 치명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SW 개발자 인건비 부담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제고할 수 없다.

중소 SW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전체 SW 산업 경쟁력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전체 SW 산업, SW를 활용하는 전 산업에도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W 산업은 부지불식간에 '0차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IT뿐만 아니라 금융, 제조, 유통, 모빌리티 등 모든 산업에서 SW는 필수요소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SW 개발자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O)에 가깝다. 잠시 주춤하지만 SW 개발자 스카우트 전쟁이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의 SW 개발자 수요와 공급 불일치는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SW 개발자 부족이 예상가능했음에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결과다. SW 개발자, SW산업을 홀대(?)하는 시기가 길었다. 현재 SW 개발자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이유 중 하나다. 일시적으로 SW 개발자 처우를 개선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SW 개발자를 둘러싸고 홍역을 반복하고 싶지 않으면 SW 개발자, SW산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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