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예술과 기술 그리고 경영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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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난 2년여 동안 세계 인류는 '코로나19의 세계적 감염'이라는 전대미문의 시련을 겪고 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문명의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 했다. 특히 감염병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대면 활동이 중심이 되는 예술 현장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예술 현장은 다양한 방면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환경에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예술'에 대한 고민 또한 시도됐다. 예술과 첨단기술의 적극 협업을 비롯해 다른 분야와 활발한 융·복합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예술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노력이 활성화된 것이다.

새로운 시도는 예술 현장에서 기획·창작 과정에 한정되지 않았다. 더 많은 예술 창작자와 수용자가 더 오랜 시간 함께 누릴 수 있는 기반으로 자생력을 갖춘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만들기 위해 '예술과 경영의 만남'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해졌다. 나아가 다양한 예술기업 성공사례가 예술산업으로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로 발전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술과 기술과 경영. 서로 다른 세 분야가 함께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시도가 바로 올해 시작하는 '아트 컬처랩'이다. 실험적인 예술 아이디어를 첨단기술·장비를 갖춘 공간에서 실제 구현해보고, 나아가 그 콘텐츠를 활용해 예술기업으로 발전까지도 시도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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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처랩 기획·구상에는 예술 현장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장관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 1년간 100회 이상, 다양한 문화예술 현장 관계자와 의견을 나눠 왔다. 그 중 청년 예술인은 '새로운 예술 활동 시도에 대한 지원' '예술과 기술 결합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전용 공간' 등과 같은 새로운 상상력을 직접 시도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예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60억원 예산을 신규로 마련,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아트 컬처랩을 조성하는 것이다. 모든 예술인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트 컬처랩에는 △제작 스튜디오와 미디어 등 첨단 장비실을 갖춘 창작 공간 △예술인 상호 교류와 교육 공간 △새로운 아이디어 시연과 유통을 위한 실험공간(테스트베드) △예술기업 창업·성장을 위한 입주 공간과 투자·세무·행정·마케팅 등 기업 활동 지원을 위한 공간까지 갖춘다.

이를 통해 아이디어 차원의 예술적 상상력이 기술·경영과 만나서 창작·제작, 교류, 교육 및 시연, 창업·유통에 이르기까지 현실화해 단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향후 정부는 이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

아트 컬처랩 외에도 예술과 기술·경영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 중이다. 먼저 인재 양성과 기초 연구가 가장 근간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과 과학기술 교육기관의 교류·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세계적 예술 인재의 산실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 등의 협업으로 예술과 기술 융합형 연구 및 교육에도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올해 1월 한예종은 KAIST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직원 상호교류, 학생 상호교류 및 교육 프로그램 협력, 연구센터 공동 운영 및 학술회의 공동 개최, 융합예술 및 첨단콘텐츠 공동 창작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예정이다.

예술기업과 단체를 위한 맞춤형 지원 사업도 추진된다. 창의적 사업 소재 예술기업과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 경제 조직을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 컨설팅·투자 유치 등을 성장단계별(창업 전, 창업 3년 미만, 창업 3년 이상 등)로 지원한다. 특히 올해는 약 22억원 규모의 신규 사업을 통해 예술기업 해외 진출을 새롭게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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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오징어게임' 등 대중문화 콘텐츠로 대표되는 한류가 예술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 자금은 물론 글로벌 예술시장 판로 개척 지원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예술적 상상력의 원천이 되는 예술 현장 창작 활동 지원 또한 지속 이뤄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그리고 계속해서 발달하고 있는 첨단기술의 흐름 속에서 예술 현장은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어떠한 기술·플랫폼이 새로이 등장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예술 가치라 할 수 있다.

예술적 통찰력과 공감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창의성 및 상상력의 출발점은 바로 예술인과 그들이 활동하는 현장에 있다. '예술인 창작준비금' '예술인 고용보험' 활성화 등 기존 예술 활동 지원 정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한편 올해 추경 사업으로 반영된 '코로나19 문화예술인 한시지원금' 등으로 예술인이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 활동을 끊임없이 지속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눈부신 성과는 대중문화를 넘어 우리의 전통과 기초 예술에 대한 세계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인프라는 우리만의 예술적 창의성과 감성이 세계로 확산할 수 있는 날개가 돼 주고 있다.

올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문화올림픽을 제안했던 것도 우리 문화예술이 가진 힘과 가치가 보여 주는 가능성을 세계와 함께 교류하고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누구나 공감하고 감동하는 우리 문화예술 힘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예술과 기술, 경영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희 장관은…

20~21대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지난해 2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 예술인고용보험 정착, 스포츠 기본3법 제정, K-박람회 개최 등 대한민국 문화예술체육의 미래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K-콘텐츠의 유례없는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관계부처·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 기반을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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