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하드웨어·소프트웨어 두 날개가 필요하다

Photo Image
박종일 스카이랩 대표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AP 칩셋 시장에서 영원할 것만 같던 퀄컴의 1위 자리가 대만 반도체 회사 미디어텍(MediaTek)으로 넘어갔다. 카운터포인트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미디어텍은 시장점유율 40%로 27%에 그친 퀄컴을 크게 앞질렀다. 같은 조사에서 애플은 15%, 삼성전자는 5%에 그쳤다. '엑시노스'라는 자체 AP를 내세워 차세대 신사업으로 육성하던 삼성전자도 대만 미디어텍에 한참 뒤처지게 되었다.

미디어텍은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기업일 수 있다. 미디어텍은 삼성전자보다 1년 늦은 2011년 AP 시장에 진출했지만 매년 꾸준한 성장으로 퀄컴을 비롯해 애플,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기업의 틈새를 벗어나 이제는 TSMC와 함께 대만 반도체 기업의 상징이 되었다. TSMC의 시가총액은 약 700조원으로 삼성전자의 430조원을 넘어선지 오래며, 미디어텍은 지난 3년동안 5배가량 증가한 75조원이 됐다. 90조원의 하이닉스 시가총액을 위협할 수준이다.

대만 미디어텍의 성장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허투루 넘겨볼 수만은 없게 되었다.

첫째 실사구시의 자세다.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정치적인 압박을 받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디어텍의 성장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과 협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대만 반도체 판매량도 증가하는 구조이다. 미디어텍을 비롯해 많은 대만 기업들이 중국과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필자가 만나본 중국 제조사에서 대만의 부품 공급사들은 훌륭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 대만 특유의 강소기업 전략이다. 대만은 한국보다 국토와 인구수, 경제규모 모두 작은 국가로 치부될 수 있지만 작은 규모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미디어텍은 사업 초창기에는 CD, DVD 등 음향 장비 부품회사로 시작했지만 이후 일본의 유수한 경쟁사들을 앞질렀다. 10년 전부터 AP 시장에 진입해 기술 개발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과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LG전자 저가형 스마트폰에 미디어텍 AP 칩셋이 탑재된 사례도 있었다. 미디어텍과 협력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퀄컴 등 대기업에서 받는 지원보다 미디어텍의 기술 지원이 빠르고 수월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기술력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셋째 하드웨어 산업에 대한 투자이다. 최근 한국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 18개사가 발표됐는데 대부분 SW 기반 플랫폼 혹은 바이오 기업이다. 18개 기업 중 하드웨어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한국 하드웨어 산업은 대기업 위주로 성장을 주도했으며, 중소기업에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만의 사례를 보면 HW 강소기업을 육성해 SW와 HW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쪽 날개로 나는 것보다는 양 날개로 나는 것이 훨씬 높이, 더 오래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소식은 대만 기업의 성장은 한국 기업에 위기가 될 수 있다. TSMC의 성장이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위협이 되듯 미디어텍과 같은 새로운 기업의 출현은 한국 기업의 성장에 장벽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주저하는 동안 대만에서는 TSMC, 미디어텍과 같은 또 다른 강소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박종일 스카이랩 대표 justin.park@goodmobile.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