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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패권 경쟁, 기후 위기, 코로나19 등 모든 불확실성의 출구는 과학기술입니다. 국가과학기술혁신체계(NIS) 고도화와 국가 연구개발(R&D) 성과 제고를 위해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기술패권 경쟁, 코로나19 등 직면한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닻을 올렸다.

KISTEP은 1999년 설립 이후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혁신성장을 가까이에서 이끌며 사회문제 등을 해결하는 핵심 동력 역할을 해 왔다. 30여년간 과학기술혁신정책 최일선에서 국가 연구개발(R&D) 정책을 수립해온 전문가로 평가받는 정 원장은 이 같은 KISTEP 역량을 '글로벌 최앞단'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쏟아져 나오는 부처별 수많은 R&D 기획과 전략 속에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신정책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종합적 역할 수행을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에서다. 그를 만나 이를 위한 운영 리더십과 비전, 방향성 등을 들어봤다.

대담=정동수 전국총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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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오른쪽)이 정동수 전자신문 전국총괄 부국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KISTEP 10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소감과 각오에 대해 다시 한번 말씀해 달라.

▲과학기술 혁신정책 핵심 기관에서 일하게 돼 기쁨과 동시에 많은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다. 1991년부터 30년 동안 과학기술혁신정책 최일선에서 현장 연구자들과 호흡하며 국가 미래 비전을 구상하고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전념해왔다. 이 과정에서 KISTEP은 정책기획 및 집행 과정에서 가장 든든한 동반자와 같은 기관이었다. 탄탄한 전문성과 각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크고 작은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가 하면 방대하고 정밀한 통계자료와 보고서로 어려운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다만 KISTEP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도 밖에서 인식할 수 있었다. 정책 수요자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거나, 글로벌 프론트엔드(Front-end)를 지향하는 노력을 더 해 달라는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오미크론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기후 위기, 불평등과 일자리 등 엄혹한 현실은 KISTEP에 거는 국민적 기대 큰 시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취임 이후 그동안 쌓아온 정책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최앞단을 지향하는 세계적 정책연구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립하도록 노력하고자 했다.

정부 부처, 국회, 사회적 요구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기획·평가와 함께 글로벌 과학기술 연구 방향 및 정책적 방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나라 고유 전략적 정책 방향을 기획하고 정책 연구 공동체를 지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분석 역량과 글로벌 통찰력을 갖고 일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도록 기관을 경영하는 것이 목표다.

-30여년 간 과학기술 혁신정책 전문가로 활약한 만큼 KISTEP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어떠한 발전상을 그리고 있는지.

▲'신뢰받는 과학기술정책 전문기관'을 목표로 KISTEP+DREAM을 완성하고자 한다. DREAM은 역동적 조직(Dynamic), 신뢰받는 기관 운영(Reliable), 우수한 연구성과 창출(Excellenct), 글로벌 과학기술 선도(Advancing), 고유 임무 충실한 수행(Mission-oriented)을 아우르는 비전이다.

구체적 추진과제는 전략적 조직운영과 의사결정 지능화다. 앞서 신설한 '미래기술전략본부'는 국가필수전략기술, 탄소중립 등 정책 현안을 전담하게 된다. 또 빅데이터와 원내 서비스 연계·효율화를 통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연구자 중심 근무 제도와 연구 창의 공간을 구성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AI 등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을 활용해 연구행정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가치지향적 연구몰입환경도 조성 중이다. 과학기술계 전략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국제협력 추진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 R&R 중심 전략적 정책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취임식에서 '국가혁신시스템의 한 단계 도약'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상황을 진단하자면.

▲국가혁신시스템 역량이 효과성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놓였다. 연구와 혁신을 위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과 더불어 연구 생산성 감소, 과학 복잡성 증가, 인센티브 부조화, 지식의 폐쇄화가 진행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가기술혁신체계(NIS)는 빠른 외향형 혁신성장으로 혁신 주체 간 연결고리가 약화되는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뚜렷하다. 즉 지식기반 확대, 지식생산 주체 다변화, 인력 유동성 증가, 혁신의 국제 분업 확산 등 환경변화에 따라 개방형 국가혁신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 주체 간 조정 및 협업 강화로 지식, 인력이 필요한 곳에 물 흐르듯 연계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혁신은 시스템적으로 혁신 주체 모두 상호작용이 함께 잘 작동해야만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우선 대학, 정부 출연연, 기업, 정부 등 혁신 주체 역량 강화, 둘째는 주체 간 상호 협력하고 보완하도록 시스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또 국가혁신시스템 전체 개방성을 높이고 지식 흐름을 높여서 학습역량을 제고하는 한편 수요 지향적 연구 기획을 위해 수요자와 연구 현장을 연결하는 협력 파트너십 구축과 기업 주도 공동연구 프로젝트도 확대해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과학기술기본법 제2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KISTEP 주요 임무인 △국가과학기술 미래 예측 및 정책 수립 지원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조사·분석·평가 △국가 R&D 사업 예산 배분·조정 지원 △국가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등 수행에 혁신을 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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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예산이 30조원을 넘어서며 효율적 투자가 더욱 중요해졌는데, KISTEP 역할은.

▲국가 R&D 효율적 투자는 국가 사회적 임무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는 투자, 정부 부처 장기 전략계획에 부합하는 R&D 투자를 의미한다. 즉 R&D 성과가 많이 나올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자함과 동시에 기초연구 장기적·안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혁신성·도전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가 되도록 예산을 배분·조정하고 R&D 수행 효율성이 올라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연구 친화적, 연구몰입 여건 조성, 건강한 연구실 문화조성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국가필수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도전성 강화와 난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 R&D 집중 투자도 유도하고자 한다. 다부처 R&D 사업을 임무 지향 프로그램으로 재편하고 산·학·연·관 전략적 R&D 투자 시스템 고도화, 투자 수요와 성과 공급을 고려한 투자 거버넌스를 모색할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크고 효과적인 '한국형 DARPA' 구축도 중요하다. 혁신 도전 프로젝트만을 위한 별도 R&D 예산을 확보, 이를 집중 집행 및 모니터링하는 프로젝트관리자(PM)와 기관을 설치하고 도전적·혁신적 연구 테마를 발굴하겠다.

이외에도 정부 R&D 사업 관리를 종합적으로 지원해 연구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이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역할을 하겠다.

-투자 규모가 커진 만큼 R&D 성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그동안 국가 R&D 기술사업화 정체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기술사업화는 R&D 투자를 실질적 수익 및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하는 단계다. 혁신 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R&D 선순환 구조 핵심이자 연구자 및 연구기관에 대한 금전적 보상과 더불어 국가 R&D 성과 가시성 확보, 국민 체감도를 개선하는 효과적 측면에 있어서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사업화 관련 양적 지표는 정체 중이고, 질적 지표는 하락하고 있다.

기술사업화 건수는 지난 5년간 연평균 5.4% 증가했지만 건당 기술료 수입은 연평균 0.2% 감소, 기술이전은 공공연구소만 놓고 보면 2015년 58%에서 2018년 40%로 큰폭으로 하락했다.

기술사업화를 위해선 R&D 기획단계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R&D 기획 전략성을 강화해야 한다. 특허·논문·산업·포트폴리오 분석(4P) 등 R&D 성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망기술 및 니치마켓 탐색을 선행하고 기술사업화가 핵심 목적인 연구과제는 기획 단계에서 타겟 시장 설정 등 체계적 시장분석 및 관련 특허전략 수립을 지원하겠다.

R&D 수행 단계에서는 잠재적 수요기업 참여 활성화와 함께 연구성과 중간 스핀오프 확대, 산·학·연 교류 장 마련, 연구개발특구육성사업 형태 신규사업 확대 등을 지원하겠다.

성과 활용 단계에선 기술이전 효율성, 사업화 성공률 등 질적 성장으로 전환, 강소특구, 혁신클러스터 활용 및 연계를 통한 혁신거점 연계 생태계 조성, 기술이전·사업화 저해 규제 개선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곧 대선이다. 차기 정권 과제로 과기부총리제 신설 등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비전은.

▲포스트 코로나, 기술패권 경쟁, 기후변화 등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연구개발, 혁신, 글로벌 협력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선 30여개 부처·청, 1400여개 R&D 사업 등 흩어진 국가 R&D를 위한 중심축이 필요하다. 부처별 연구관리 전문기관과 관리 규정 난립은 IRIS로 통합하고 과학기술혁신정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 목표와 수단을 통합적으로 운영, 조합할 필요가 있다.

환경변화에 능동적 대응,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을 위해선 이를 총괄할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 실질적 총괄 기능을 위한 예산 연계 등 과학기술혁신정책 기획·조정을 강화하고 총괄 기능 신뢰도 제고 및 부처 협력 거버넌스 조성을 위한 과학기술혁신정책 지원조직 전문성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혁신본부를 과학기술혁신정책 전담조직으로 위상을 강화하고 미래전략 수립 및 정책조정 전문성 강화, 혁신생태계 조성 지원 기능 확대, 데이터 및 분석 고도화 중심의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측면에서 과학기술적 대안을 탐구하고 제시하는 그런 부처 또는 기능을 고려한다면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 도입도 적절하다고 본다. 차기 정권은 이런 시각들을 고려해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에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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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KISTEP 원장은

1965년 출생으로 전북 동암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영국 서섹스 대학에서 과학기술정책 연구석사학위를 취득했다.

34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교육과학기술부를 시작으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연구성과혁신정책관, 정책기획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을, 과기정통부에서 연구개발정책실장, 국립중앙과학관장 등을 역임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