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22일 “제2 벤처 붐은 20여년 전의 제1 벤처 붐 때와는 정말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2022년 정기총회를 마친 뒤 전자신문과 만나 “스타트업 창업자의 기업가정신·도덕성과 벤처캐피털리스트 능력이 향상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제1 벤처 붐 당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리스트 모두 현재 기준으론 아마추어였다”고 덧붙였다. 제1 벤처 붐이 꺼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줬지만 제2 벤처 붐은 급격한 거품 꺼짐 없이 오히려 도약하는 시발점이 되리라고 내다봤다.
지 협회장은 삼일회계법인, CKD창업투자 등을 거쳐 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 전문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벤처투자와 기업금융 관련 전문가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 회장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메타버스·e커머스 등 영역 확대는 더 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정부 지원도 있었지만 벤처펀드 결성에 민간 출자가 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올해 주목할 업종으론 메타버스와 암호화폐를 꼽았다. 그는 “메타버스·암호화폐는 과거 투기성이 짙어 금기시됐다”며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할 때가 됐다. 건전한 블록체인·가상화폐 기술이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지 회장은 2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그는 “지난해는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벤촉법) 안착과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올해 중점사업으론 △민간 주도 벤처캐피털 산업 발전 기반 확충 △벤처캐피털 우수인력 유입 및 인력양성 추진 △회원사 서비스 강화를 제시했다. 지 회장은 “민간자본이 벤처투자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전체 펀드 운용을 전산화하는 벤처투자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차기 정부가 벤처업계 자율성을 보장해 줄 것을 제언했다. 그는 “벤처 창업 생태계는 민간 중심 자율성을 중시해야 한다”면서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우리 벤처기업이 큰 꿈을 안고 넓은 물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