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데이터 산업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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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철 BC카드 전무(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원유(原油)로 일컬어지고 있고, 아무도 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데이터 산업과 시장 활성화에 산업계와 정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년 공직에 있으면서 쌓은 IT와 데이터 관련 정책 및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민간 금융사에서 새로운 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며 느낀 점은 데이터 산업을 왜 하는가에 대한 이해와 규제에 대한 이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데이터 산업은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산업이다. 즉 데이터를 활용해서 나의 재화와 용역을 잘 팔게 하거나 타인의 재화와 용역을 잘 팔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데이터 산업은 5G 및 초고속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망의 발전과 클라우드 같은 데이터 저장기술이 결합해서 데이터가 집적되고, 집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발전되어 왔다.

데이터 산업은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로 규제받는 산업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8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마이데이터,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데이터 전문기관) 지정 등 데이터 활용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서 인허가 절차와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계도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이에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성공 조건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우선 데이터 산업 성격에 맞는 시장 창출을 위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산업계의 다양한 사업 시도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데이터 산업은 데이터 유통업과 데이터 제조업으로 구분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이 데이터 이동권에 따라 한 곳에 집적함으로써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유통업이다. 반면에 가명정보 결합은 가명 처리된 개인정보를 결합·분석하는 데이터 제조업이다.

이러한 새로운 데이터 산업에 대해 시장에서는 이해도 부족하고 유용성과 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즉 시장성에 대한 회의가 만연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해서 시장성 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

데이터의 결합 및 분석에는 재원·인력이 소요되지만 유용성과 가치가 검증되지 않아 시장실패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 또한 실제 산업계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규제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정부가 해소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가명정보의 결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데이터를 보유한 데이터 전문기관이 자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이종의 데이터와 결합, 이른바 자가결합을 통해 시장이 원하는 유용성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이 산업계의 다양한 시도를 과감하게 허용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데이터 전문기관의 자가결합 허용 등을 포함하는 정책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과 같이 향후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최소한의 사안만을 규제하는 것이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 조화를 위해 필요할 것이다.

데이터 산업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어떠한 변화와 성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데이터 댐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계의 동반자가 될 정부의 데이터 총괄지원 부처 신설과 함께 데이터 활용에 대한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꽃피울 수 있도록 동 부처를 통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산업계의 다양한 사업적 노력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데이터 산업 성공의 조건이 될 것이다.

신종철 BC카드 전무(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psjc28@bcc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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