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 수요예측 참패에 IPO 시장도 빨간불

벤처캐피털(VC) 상장 행렬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들어 상장을 추진한 VC가 연이어 공모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공모 시장 흥행의 바로미터인 VC가 연이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상반기 기업공개(IPO)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인 VC들이 연이어 IPO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앞서 수요예측을 실시한 스톤브릿지벤처스의 공모 흥행 실패가 상장 시점 연기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LB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올해 상장을 공식화한 캡스톤파트너스, HB인베스트먼트 여타 VC도 상장 시점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최근 주식 시장의 부진이 공모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아직 상장예비심사 청구도 하지 않은 만큼 주가 흐름을 살펴 적절한 상황에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2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지난 14일 공모가를 8000원으로 확정했다. 당초 예상했던 희망공모금액 최저가인 9000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당초 공모 물량의 10%를 줄여 상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수요예측 부진은 최근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주식시장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신규 상장 기업의 흥행 여부가 실적의 바로미터가 되는 벤처투자업의 특성상 VC의 기업가치 역시 증시 흐름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VC업종의 상장이 이어졌던 2018~2019년 당시 수요예측 경쟁률은 최고 수백대 일 수준으로 치솟았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865.66대 1, SV인베스트먼트가 786.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이 기간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 대부분은 희망공모가 최상단을 웃도는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VC 공모 흥행에도 힘을 보탰다.

반면 지난해 안팎으로 크래프톤, 카카오 등 공모주 흥행을 이끌었던 종목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증시 전반에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크게 식은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상장을 추진한 KTB네트워크 역시 희망공모가 최하단으로 공모를 마쳤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공모주에서 큰 성과를 거뒀던 바이오 기업의 부진은 물론 대형 IT 기업 다수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크게 하락하면서 VC가 편입한 비상장기업에도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VC업계 뿐만 아니라 컬리나 쏘카처럼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다수가 상반기 이후로 상장 시점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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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표> 벤처투자업계 공모가격 추이 (단위: 원)

자료:금융감독원

VC업계 수요예측 참패에 IPO 시장도 빨간불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