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공의 적인가]③시한부 서비스로 성장 발목 묶인 닥터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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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닥터나우 앱 누적 이용자 수 추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20년 넘게 풀리지 않았던 '원격진료' 빗장이 '한시적 허용'이라는 조건으로 풀리면서 관련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 원격진료는 별도 '산업'을 형성할 만큼 커졌으나 관련 기업들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원격진료와 처방약 배송서비스를 하고 있는 '닥터나우'는 시한부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말 기관투자자들로부터 1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원격진료 허용 시기가 코로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 종료될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규제가 풀릴 경우 닥터나우의 원격진료 플랫폼 성장은 폭발적일 것이라고 본 것이다.

2019년 8월 설립된 닥터나우는 현재 약 400여곳 병의원·약국과 협업해 총 17개 진료과목에 대한 원격진료·처방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1년여 만에 140만명이 이용했고, 올 들어 월활성사용자수(MAU)는 30만명이다. 약사회 반대로 설립 초기 서비스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한시적 허용 이후 이용자들의 관심이 폭증했다.

세계 원격진료 시장은 매년 21.3%씩 성장해 2026년 약 2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도 발 빠르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원격진료 시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원격진료 허용 시기도 '별도 종료시까지'이다. 근거법이 없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서비스는 종료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원격진료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의료법은 '의사 간 협진' 개념의 원격의료만 허용하고 있다. 한시적 허용으로 달아오른 원격진료 시장에도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한시적 허용이라는 이유로 관련 정책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소극적”이라며 “이 같은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플랫폼 확장을 가로막고, 직역단체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원격진료를 바라보는 각 부처 시각도 상이하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원격진료 및 약 배달'을 규제 챌린지 과제로 선정, 규제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의료산업도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혁신의 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원격진료를 '대면 진료의 보완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

직역단체와의 갈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첨예하게 대립하자 국회는 원격진료의 바람을 방관하고 있다. 재진 환자만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만 보더라도 이 같은 분위기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원격진료 수가'도 쟁점 중 하나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는 법적책임의 명확한 규정(86.7%)과 함께 원격진료 진료수가 확립(68.9%)을 원격진료 제도화의 선결 과제로 꼽았다. 정부 건강보험재정과 직결되는 수가 제도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만큼,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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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OECD 회원국의 원격의료 시행 현황

업계는 품질 높은 의료 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이 원격진료 시장서 소외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입장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등 25개국에서 원격진료를 합법화했다. 우리나라는 일본, 헝가리,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와 함께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이들과 허용 범위가 다르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15년부터 원격진료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해 지금은 초진 환자도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을뿐 아니라 약 배달도 가능하다. 네이버는 이 같은 일본 정부의 규제 완화에 발맞춰 일본 원격진료 시장에 진출해 '라인 헬스케어'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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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재택치료모니터링 체계 개편 방안'을 내놓으면서 원격진료 서비스 이용자 수는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닥터나우만 하더라도 지난해 추석 연휴 대비 올해 설 연휴 주간 이용자 수가 2619% 증가했다. 의료기관 평균 수익도 396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정희 공학한림원 박사는 “최근 국내 원격진료 기업들이 해외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아 해외 시장으로 발을 내딛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사업 리스크가 한몫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촉발된 원격의료 시급성에 맞춰 우리가 원격의료 선진국이 되려면, 정부는 구체적 정책과 가이드라인 수립에 이들 기업과 시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