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01>모순이 통로 될 때

위대한 개츠비. 가장 미국적인 20세기 걸작으로 불린다. 주인공은 개츠비와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 데이지다. 데이지를 잊지 못한 개츠비는 결혼한 그녀의 집 가까이에 이사한다. 그러곤 파티를 열며 데이지가 오길 기다린다.

마침내 개츠비와 재회한 그녀에게 개츠비는 잊지 못했노라 말한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 있던 데이지는 멀리 도망가자고 한다. 하지만 개츠비는 자신이 데이지를 줄곧 사랑하고 있었던 것과 같이 그녀도 그랬다고 고백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땐 저이를 사랑했어. 당신도 사랑했고”(I did love him once; but I loved you too)란 말에 개츠비는 무너진다.

혁신에서 모순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단지 모호함을 의미할까, 결단의 부재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혁신이 숨어 있을 지도 모를 그런 가능성의 공간인 것일까.

누군가는 이런 모순을 '반대의 가능성'이라고 달리 표현한다. 이곳을 탐색하지 않는다면 결국 누군가 찾아 둔 알려진 답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성공한 리더의 공통점에 이 '반대로 향하고 있는 생각'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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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잭 웰치를 한번 떠올려 보자. 생전에 '20세기 최고 경영자'로 불렸고,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제너럴일렉트릭(GE)을 세계에서 가치가 가장 큰 기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종종 사람들은 그의 철학은 모순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시장 점유율 1위 또는 2위가 되라고 하면서도 기존 시장의 범주를 넘어 기회를 찾아내라고 했다. 전략과 실행 가운데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그 흔한 질문에 그의 대답은 “둘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였다. 이런 웰치에 대해 누군가는 그의 성공이 한 시점에서 정반대 상황을 함께 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웰치뿐만 아니다. 프록터앤드갬블(P&G)의 앨런 래플리(Allen Lafley) 회장은 “비용 절감과 혁신 가운데 하나만을 택한다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고 했다.

모순에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낸 기업도 얼마든지 있다. 레드햇(Red Hat)이 2018년 IBM에 340억달러를 받고 인수될 때 어떤 곳인가란 의아함에 소프트웨어의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던 기업이라는 소개는 궁금함을 해소시키는 가장 분명한 설명이 됐다.

실상 레드햇이 고안했다는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제공하되 서비스는 유료로 하는 방식은 소스코드를 독점한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같은 대기업의 관행도, 이 방식을 택할 수 없던 나머지 기업들의 선택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낸 것이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생전에 '위대한 개츠비'는 상업적으론 실패작이었다. 정작 그에게 부와 명예를 안긴 건 '낙원의 이편'(This Side of Paradise)이었다. 이 성공으로 한때 거절당한 사랑하던 여인과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장편을 구상했지만 당장의 수입을 위해 단편과 영화 시나리오를 써야 했다. 2008년 개봉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저가 된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이란 놀라운 단편도 그중 하나다.

이런 사례들 탓인지 누군가는 창의성을 마치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을 마주볼 수 있는 덕에 인간이 다른 모든 생물과 구분되는 창조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반대를 향하는 생각'(Opposable Mind)이 찾아낸 뭔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의 성공은 이 반대의 물리학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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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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