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57〉규제혁신이 열매 맺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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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책에 더 나은 것과 못한 것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성공한 정책이나 그렇지 못한 것도 나름의 추진 배경과 근거가 있었다. 그중에는 근본적 변화를 만들고 성과를 쌓아 가는 정책도 있다.

3년 전 즈음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됐다. 당시 이것은 혁신금융, 정보통신기술(ICT)융합, 산업융합, 규제자유특구 등 4개 분야로 시작됐다. 이 가운데 금유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185건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고, 185건 가운데 110건이 출시됐다.

고용이나 투자 실적도 점증했다. 2021년 6월까지 누계를 기준으로 고용은 1400명, 핀테크 투자 유치는 3100억원을 넘었다. 이와 더불어 규제 개선도 많이 이뤄졌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 개정을 통해 규제개선 요청권을 사업자에 부여했고, 실증기간을 좀 더 유연하게 제공하기 위해 지정 기간의 기산일을 지정일에서 출시일로 변경하는 개선도 이루어졌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난제도 없지 않다. 금융산업 특성상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착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결코 녹록하지만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금융서비스에 접목되면서 그 가능성만큼은 무한하지만 이들 서비스가 시장에 정착될 때까지 기업이 감내해야 하는 시간과 자금 부담은 크고, 금방 수익을 거둬들이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좁게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넓게는 규제혁신을 바라보는 우리 생각도 다소 변화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규제혁신이 금방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는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기존 작동하던 시스템에 접목시킨다는 것, 특히 금융시장과 금융질서의 안정성 그리고 소비자 보호와 위험관리가 중요한 산업에서 금융서비스와 같이 편리성과 소비자 편익만으로 판정할 수는 없다.

당장의 운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단박에 중단하는 것도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사업자가 성실하게 노력했고 서비스 출시 준비에 가시적인 진전이 있다면, 또 '코로나19'와 같이 불가피한 사유가 확인된다면, 지정과 연장에 분명한 원칙과 기준은 갖고 있되 적용에 있어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성도 있다.

나아가 혁신금융을 둘러싼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비스 혁신성, 소비자 편익, 혁신기술이 적용과 구현이라는 조건이 말로는 쉽지만 이것 하나하나를 담보해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문적 자문과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혁신금융서비스가 탄생하는 데는 단지 혁신기업과 금융기업의 의기투합만이 아니라 기술에서 비즈니스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의 전문서비스가 만나고 배양될 수 있어야 한다. 규제혁신의 목표가 산업과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런 산업 생태계 없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금융 샌드박스 제도도 많은 진화를 거쳐 왔다. 근본적 규제 개선을 통해 굳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지 않아도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함께했고, 이야말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목적을 잘 담아낸 사례라 하겠다.

물론 시행 3년을 맞으며 심사제도 자체를 개선할 여지도 있다. 이런 면에서 금융위원회 역시 이미 개선안을 마련해 적용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약 3년의 노력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이 있다.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만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한 제도 운영과 투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산업, 소비자 모두의 조금 더 긴 호흡이 규제혁신을 열매 맺게 하리라 기대해 본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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