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인]세계 덮친 E플레이션…한전 '눈덩이 적자' 수렁

치솟는 전력도매가…'자원 안보' 위협
유가 폭등에 러시아발 LNG 대란 조짐
집단에너지사업자 손실 불가피
전기요금 인상도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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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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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h당 200원대를 돌파한 전력도매가격(SMP)은 연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을 대상으로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LNG 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 에너지 원가도 걷잡을 수 없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에너지 요금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SMP 급등은 지난해부터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량이 가장 많은 두바이유는 지난 10월 배럴당 80달러대를 돌파했다. 2020년 4월 코로나19로 인해 석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배럴당 20.39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상승했다. 국내 LNG 수입 가격은 지난해 4월 톤당 385.53달러에서 지난해 12월 892.03달러까지 지속 상승했다.

문제는 당분간 SMP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연초부터 유가가 급등했고, LNG 수급 또한 불안하기 때문이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평균 73.21달러로 하락한 뒤 지난 1월 83.47달러, 이달 89.53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가 월 평균 기준 배럴당 90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연내 배럴당 120달러까지 유가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유럽을 대상으로 가스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돼 LNG 공급을 둘러싼 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세계적으로 LNG 공급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짙다.

상승하는 SMP 가격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분산에너지 차원에서 지역에 열과 전력을 공급하는 집단 에너지사업자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집단 에너지사업자는 열병합발전소나 소각로 등 에너지 생산 시설에서 특정 지역에 열과 전력을 동시에 판매한다. 열 공급 의무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미 손실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국가스공사가 열병합발전에 공급하는 발전용 가스 가격을 올려 열 생산원가가 소비자 가격의 3배가 넘는 상황”이라면서 “열 공급 의무가 있는 집단에너지사업자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매해야 하는 한전의 적자도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은 SMP를 기준으로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데 현 가격 기준으로는 작년 2월(통합 SMP 기준 ㎾h당 75.44원)보다 약 3배 가까이 높기 때문이다. 한전이 올해 예정대로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면 연 10조원대 적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맏형' 격인 한전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면서 탄소중립 기술 개발 등을 위한 투자 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로 인해 에너지 요금 조정이 어렵다. 전기, 민수용 가스, 열 가격까지 원료 인상 요인을 반영해야 하지만 '정치 논리'에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마저 무산될 위기다. 또 LNG 관세나 수입 부과금, 개별소비세 등 세금을 조정하는 방안도 부처별로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쉽지 않다. 유 교수는 “에너지 수요는 늘어났는데 공급은 오히려 줄어 현 상황이 당분간 해결되기 쉽지 않다”면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자원 안보'가 다시 주목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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