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굿바이' 국제우주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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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

약 420㎞ 상공에서 지구를 돌며 인류에게 과학적 성과를 안겨준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이별을 준비한다. 1998년 발사된 이후 33년만인 2031년 궤도를 이탈, 지구로 귀환이 예정되면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ISS 전환 계획 보고서를 통해 2031년 1월 남태평양 외딴 지점인 '포인트 니모'로 ISS를 추락시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 주인공 니모(Nemo) 선장 이름을 딴 포인트 니모는 임무가 종료된 인공위성 등 우주 비행체가 회수되는 지역이다.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채 생명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어떤 인류 문명으로부터도 가장 멀리 있는 곳'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유럽 등 우주 개발 국가들이 1971년부터 이곳에 우주 잔해를 가라앉혀왔다.

ISS는 미국과 러시아, 유럽, 일본 등 16개국이 참여한 공동 프로젝트로 건설됐다. 최대 너비 109m, 무게 420t으로 우주 인공구조물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ISS는 시속 2만 7000㎞가 넘는 속도로 지구를 매일 16회 공전하면서 인류가 지구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현상을 우주 공간 내에서 실험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됐다.

탑승했던 우주 비행사만 19개국 200명 이상으로 지난 20여년간 ISS에서 진행한 과학 실험 건수만 3000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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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재배된 상추. 사진=나사

2014년 ISS에서 3D 프린터로 물건을 인쇄하기도 했으며 2016년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채소 등을 재배하는 실험에 이어 무중력 환경을 이용해 지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질환 관련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 등 다양한 시도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심우주 개척을 위한 우주의학 연구도 주된 성과다.

우주는 은하와 태양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우 강한 수준의 우주방사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인이 면역계를 비롯한 골수와 혈관, 중추신경계, 위장 등에 문제를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지구와 다른 우주 환경에서 우주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예방의학 측면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다.

그러나 ISS도 세월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러시아 ISS 개발사 측은 기내 장비와 하드웨어 시스템 중 80%가 만료 기한을 넘긴 점을 근거로 감당할 수 없는 장애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 ISS는 당초 2024년 운영 종료로 수명이 정해져 있었다.

다만 NASA는 2030년까지 수명을 연장해 ISS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한 상업적 발전과 우주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저궤도 상업적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스페이스X, 액시엄 스페이스 등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뛰어들고 있다. 이미 ISS 도킹 포트에 부착할 상업용 모듈에 대한 계약도 체결되면서 자유 비행 상업용 우주정거장 설계 구축 작업이 진행, 2020년대 후반부터 본격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2024년에는 역사상 최초 '우주 스튜디오' 완성이 예정돼 있다. 영국 영화제작사 스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엔터프라이즈가 액시엄 스페이스와 'SEE-1 모듈'로 불리는 우주 스튜디오 건설 계약을 체결, 영화 제작을 위해 배우 톰 크루즈 등이 ISS로 향한다.

이로써 세 번째 10년을 맞이하는 ISS는 생애 마지막을 획기적인 과학 플랫폼이라는 생산적인 역할로 장식하게 된다. 과학계는 이를 '극미중력(Microgravity)' 분야 상업적 미래를 위한 토대로 평가하며 ISS를 향한 마지막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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