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참 빠르게 변한다는 생각이다. 식당에는 주문한 음식을 전달하는 로봇이 등장했고, 1인이 운영하는 헤어숍에는 비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예약을 비롯한 각종 안내까지 척척 해내고 있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곧 등장할 듯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 열기가 뜨겁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중·고교 시절부터 들어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생산 기술과 그에 따른 사회 조직의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변화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에 의해 생산방식이 인간에서 기계 중심으로 바뀌면서 획기적으로 생산력이 높아졌다. 2차 산업혁명에는 19세기 말 전기 원동기와 내연기관 발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3차 산업혁명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컴퓨터, 반도체, 정보이론, 인터넷 등 전자·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화 혁명을 이뤘다. 이후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은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센서, 나노기술 등이 중심된 변화를 말한다. 지능을 가진 기계가 스스로 판단해서 작업을 처리하는 시대이며, 연결 가능한 모든 것이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의 도래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화 혁명 혹은 디지털 혁명이라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가 더욱 정교해지고 통합되면서 AI, 빅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고, 이 기술은 IT를 비롯한 제조, 금융, 유통 등 산업 분야로 확산돼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기술 발달은 인간의 경제활동 영역을 점차 침범해 실업률 상승을 유발하고, 자본과 기술을 선점한 소수의 계층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많은 산업 영역에서 인간과 디지털 기계와 경쟁이 불가피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 혹은 기능의 습득이 아니라 디지털 기계를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기계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전문 능력이 중요하다. 각각 분야에서 전문 지식도 중요하지만 여러 분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융합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첨단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며,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미래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사회적인 책무가 있다. 시대적 요구에 의해 각 대학에서는 무엇보다 '융합교육'을 강조하고 기존 학과의 통폐합, 첨단산업 관련 학과의 신설 및 다양한 비교과 과목 운영 등을 통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
대학의 융합교육은 크게 융합역량교육과 첨단산업교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융합역량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력, 학문 분야에 대한 이해력 등을 함양할 수 있는 모든 교육을 의미한다. 교과와 비교과 활동으로 구성됐으며, 학생은 학문 간 융합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창의력을 향상할 수 있다. 서울과기대 교육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캡스톤 디자인'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공학·디자인계열 학생에게 산업 현장에서 직면하게 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한 융합교육으로, 졸업 논문 대신 창의적 작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도록 하는 학생 주도형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이다.
서울과기대는 1994년 캡스톤 디자인을 국내 최초(당시 기계설계학과)로 도입했다. 학생은 1~3학년 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4학년 때 창의적 작품을 직접 설계·제작한다. 기존의 교수 주도형 교육과 다르게 학생이 직접 주도하는 교육으로, 교수는 학생이 문제점에 봉착했을 때 도움을 준다. 팀 단위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발표능력 등도 함께 학습할 계기도 마련해 준다. 2014년에는 캡스톤 디자인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좀 더 심층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전 학기 설계기반 학습(ADBL: All- Semester Design Based Learning)'을 채택해 운영하기도 했다.
융합교육의 또 다른 부분인 첨단산업교육은 새로운 융합산업 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의미한다. 기존 전공 내 융합교과목의 운영, 연계전공 운영, 융합전공 신설 등 형태로 제공되는 융합교육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대학에서는 새로운 융합산업 관련 전공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급격한 기술 발달로 생겨난 새로운 첨단 산업이 대학 교수 혹은 전문가에 의해 기존의 학문 분야와 융합돼 등장한 만큼 융합교육에 대한 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 주도의 신산업 분야인 AI, 시스템반도체,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분야에 각 대학이 앞다투어 첨단 학과를 신설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과기대도 이러한 국가 기조를 반영해 2021년 '인공지능응용학과', 2022년에 '지능형반도체공학과'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등 첨단 학과 3개를 신설했다.
인공지능응용학과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중 가장 핵심 분야인 AI 지식을 바탕으로 공학, 인문사회, 예술·디자인 등 기존 학문을 필수 복수(부)전공해 졸업 후 분야별 AI 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이다. 특별히 4년 등록금 전액 장학이라는 파격적 혜택을 제공해 우수한 인재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지능형반도체공학과는 4차 산업혁명 기술 구현의 중심에 있는 시스템반도체의 소자, 설계 및 제조공정 학문적 발전을 선도하고 차세대 반도체 산업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무지향적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이다. 기초공학지식 응용력을 함양하고, 융합적 사고력을 배양하여 글로벌 엔지니어 역량을 갖춘 지능형 반도체 인재를 양성한다. 미래에너지융합학과는 급변하는 에너지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에너지 전환과 첨단 에너지 기술개발을 선도할 글로벌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학과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부문 정착을 위한 첨단에너지(수소, 에너지저장장치, 재생에너지 등) 기술에 초점을 두어 미래에너지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고급 인재를 양성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학문 간 융합을 통한 지능형 기계의 출현, 초연결성이 특징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선도할 수 있는 첨단 인재의 양성은 대학 융합교육에 해법이 있다. 향후 융합교육을 통해 배출된 첨단 인재가 4차 산업혁명이란 바다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길 기대해 본다.
이동훈 서울과기대 총장 hjb@seoultech.ac.kr
〈필자〉 이동훈 총장은...서울과기대 출신 1호 총장으로,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숭실대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서울과기대에 부임해 창업보육센터소장, 산학협력단장, LINC사업단장, 연구산학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아 대학 발전에 힘을 쏟았다. 전국대학교산학협력단장, 연구처장협의회 부회장, 서울테크노파크 이사, 한국도시철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9년 11월 22일 서울과기대 제12대 총장에 취임해 4년 동안 대학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