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크게 하락하고, 비트코인 가격도 고점 대비 반토막 나는 등 증시와 코인시장 모두 요동치면서 갈 곳 잃은 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4조원에 가까운 돈이 은행으로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21일 기준)은 612조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보다 3조8833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말 그대로 예금주가 원할 때 언제든 '요구'하면 은행이 바로 돈을 내줘야 하는 예금을 말한다. 따라서 통상 저축성 목적보다는 투자 전 잠시 맡기는 용도 등으로 요구불예금을 맡기는 사례가 많다.
요구불예금은 코로나19로 증시가 급상승하고, 코인시장이 활성화한 2020년 12월 말 531조1717억원까지 줄었었다. 하지만 지난해 지속했던 증시 상승세가 둔화한 데 이어 최근 코인시장까지 폭락하는 등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600조8852억원이던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12월 말에는 7조2337억원 늘어난 608조1189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종전 1.00%이던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P) 조정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들이 기준금리 상승에 맞춰 연달아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다. 최근 농협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기존보다 최대 0.40%P, 국민은행은 국민수퍼정기예금 등 예금 17종과 적금 20종 금리를 최대 0.40%P 각각 인상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규모도 반등했다. 지난해 11월 말 685조8964억원이던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12월 말 681조3163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월 21일 기준 685조2472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증시 불안과 코인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은행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스피 지수가 2700선까지 내려오고, 코인시장 급락도 커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안정적인 은행에 자금을 맡기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요구불예금이나 정기예금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져 있고, 미국의 양적 기축, 우리도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어 각 경제주체 입장에서 현금을 포함 유동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물가상승이 지속하고 있고 금리 인상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상황에 이런 영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료: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