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스타트업 정육각, 3000% 무상증자

정육각이 주당 29주를 배정하는 대규모 무상증자를 단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유통 주식 수가 3000%로 증가하는 셈으로, 성장 단계에 접어든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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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각은 지난해 말 기존 발행 주식 수를 30배로 늘리는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보통주 5만8652주와 상환전환우선주 7만6975주, 전환우선주 3만9325주 등 총 17만4952주가 대상이다. 전체 유통주식 수는 524만8560주로 전보다 3000% 늘었다. 무상증자에 따라 자본금은 1749만5200원에서 30배인 5억2485만6000원으로 증가했다.

무상증자는 재무상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겨서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배당하는 것을 뜻한다. 장부상 자본금은 확충되지만 실질 기업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스톡옵션 과세특례를 받기 위해서는 통일증권 발행이 필요해 전환을 개시했다”면서 “무상증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무상증자가 스톡옵션 부여를 위한 유통 물량 확대라는 이유 외에도 추가 투자 유치 대비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정육각의 이번 무상증자가 여타 기업에 비해서도 이례적으로 커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보다 앞서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야놀자는 투자 유치 직전에 주당 19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2018년에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가 무상증자를 통해 기존 주주에게 주당 49주를 배정하기도 했다. 업비트는 무상증자 안팎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0조원을 평가받았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정육각의 무상증자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전략적투자자(SI)와 사모펀드 등을 중심으로 컬리, 프레시지 같은 유통·식품 분야에 대한 굵직한 투자가 이어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다. 정육각은 무상증자와 함께 △택배업 △식품운반업 △축산물운반업 △가전제품 소매업 △주방용 전기기기 제조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김 대표는 “0.1%라도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 분야에 대해서는 일제히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것”이라면서 “투자자의 펀드 만기 시점에도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당장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보다 내부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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