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총장 김무환)은 이대수 물리학과 교수가 서울대, 서강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원자간력현미경(AFM)을 이용해 물질의 변전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최초로 발표했다.
스마트폰 안에 들어 있는 다양한 소자 중 상당수는 압전성을 이용해 전기장을 만들어낸다. 압전성은 변전성(물질에 균일하지 않은 힘이 가해지면 휘어지면서 찌릿찌릿한 전기가 통하는 성질)과 달리 물질에 한쪽 방향으로 균일한 힘이 가해질 때 전기장이 생기는 성질이다.
하지만 압전성이 큰 지르콘 타이타늄산 납(PZT) 등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있다.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변전성은 고체에서 너무 작게 나타나 산업 분야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물질의 크기가 나노미터 단위로 작아질수록 변전성이 커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활용 가능성에 관심이 모였다.
나노미터 물질의 변전성을 활용하기 위해선 원자간력현미경의 뾰족한 탐침으로 물질 표면을 누르는 방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그동안 이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물질 표면을 누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미시적 효과에 대해서도 정리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원자간력현미경을 이용해 변전성을 조절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동시에 변전성 외에 나타날 수 있는 다른 미시 현상들을 폭넓게 소개하고 변전성과 다른 현상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론도 제안했다.
변전성이 나타나는 나노미터 물질은 기존 압전 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노미터 단위의 발전기·구동기 소자로 사용할 수 있다. 향후 반도체·촉매 소자나 빛을 받으면 전류가 흐르는 광전지로도 활용이 기대된다.
이대수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원자간력현미경 기술은 나노미터 크기 물질의 변전성에 대한 많은 연구의 중요한 기초가 됐다”며 “이번 논문을 통해 관련 연구 분야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선도연구센터사업, 기초과학연구원 지원을 받아 노태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박성민 박사, 양상모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가 참여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리뷰'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