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DX문화살롱](3)데이터 활용시대 그늘과 문화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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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왜 그런 황당한 행동을 했을까.” 첨단을 달리는 시대에도 많은 사람이 실수를 한다. 미국 하버드대를 나왔다고 다르지 않다. 원시시대 인간의 데이터 수집·분석과 대처방식은 생존에 직결된다. 맞닥뜨린 동물에게 내가 먹힐지 내가 먹을지 실시간 판단하고 행동에 옮긴다. 지금도 데이터 수집·분석과 대처방식은 생계를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정보통신 발전으로 데이터 양이 폭증했다.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찾고 무엇을 하든 스마트폰을 같이 본다. 우리가 접하는 데이터 양은 두뇌의 처리용량을 넘어섰다. 수박 겉핥기로 수집한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하니 실수는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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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3법이 통과되고 가명처리,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한 데이터 활용의 길이 열렸다. 재식별화 우려 등 개인정보에 미치는 위험을 많이 없앴다.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한 활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0년 데이터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전년 대비 18.7% 성장했다. 2020년 직접매출 규모는 12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 성장이다. 본격적인 데이터 시대가 반갑지만 데이터 폭증 및 활용 증대에 따라 고민도 많다.

첫째 데이터 소유와 노동 문제다. 공공, 민간기업 등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집하는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고객의 활동에 의해 생성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올리는 표현물, 댓글 등 다양한 자료는 고객이 올린 데이터다. 개인정보 처리자의 것인지 정보 주체의 것인지, 고객에게 소유권을 줄 수 없다면 고객의 인격권, 저작권 등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 정리해야 한다. 개인정보처리자는 데이터가 늘수록 규모의 경제에 따른 사업수익 등 혜택을 본다. 정보 주체가 데이터를 생성하는 행위를 노동이나 수익 활동으로 보고 대가를 지급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 물론 개인정보 처리자와 정보 주체의 상생을 전제로 하고 데이터산업과 시장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둘째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다.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면 각종 기관과 기업에 있는 자신의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기업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해서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3자에게 전송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하는 수단이다. 그렇기만 할까. 정보 주체가 서비스를 받기 위해 A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자. A사의 경쟁사가 정보 주체에게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행사를 꼬드겨서 A사가 가진 개인정보를 넘겨받는다면 경쟁사는 쉽게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빈번하면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다는 이유로 데이터가 여러 기업에 넘어가면 사생활 침해 위험도도 높아진다.

셋째 사생활 침해 문제다. 미국 슈퍼체인 A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성년 딸이 있는 고객에게 임신용품 전단지를 보냈다. 딸의 임신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유통기업 B사의 고객은 '자주 사는 품목'에 콘돔이 있었는데 불륜이 발각됐다. 사생활 침해다. 고객은 속내를 읽히지 않으면서 고품질의 값싼 서비스를 원한다. 고객의 마음을 함부로 읽다 가는 고객을 잃게 된다. 고객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문화 감성을 가진 기업이 살아남는다.

넷째 데이터 중독 문제다. 온라인 게임, 음란물 중독이 문제 된 적이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쉬지 않고 이런저런 데이터를 찾아 분석하고 행동한다. 데이터 양이 적을 때는 문제가 없다. 데이터 폭격의 시대다. 너무 많은 데이터가 쏟아진다. 우리 뇌는 그 처리 능력을 잃었다. 거짓이어도 좋다. 믿고 싶은 데이터, 보고 싶은 데이터만 찾는다. 데이터 중독은 거짓 신념, 우울증, 불안감 등 부작용을 낳는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진짜 늦었다. 서둘러 올바른 데이터 문화를 만들자.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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