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스마트카 시대, 정답은 SW플랫폼

최근 폐막한 CES 2022 전시회에서 여러 완성차 업체의 의미 있는 발표가 있었다.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전기차 픽업트럭 실버라도 출시 계획을 알리면서 전기차전용 하드웨어(HW) 플랫폼 '얼티엄'과 통합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얼티파이'를 소개했다. 배라 CEO는 “HW와 SW 플랫폼을 통해 모든 이들의 일상을 혁신하고 완전히 전동화된 미래로 이끌 것”이라고 천명했다. 마르쿠스 셰퍼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경영자(CTO)는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주행하는 콘셉트카 '비전EQXX'를 소개하면서 “SW는 미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HW와 분리해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개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카를루스 타바르스 스텔란티스 대표는 2028년까지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스텔란티스 '브레인' '스마트콕핏' '오토드라이브'로 구성되는 통합 SW 플랫폼 전략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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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CES 2022에 앞서 SW플랫폼 '아린 OS'를 2025년부터 전 차종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배터리, 라이다, 레이더 등 핵심 HW 부품 개발에 있었던 무게 중심이 전기차 SW 플랫폼 개발로 확대됐다는 사실을 체감할 큰 변화가 시작됐다.

우리는 10여년 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HW에서 SW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때 얼마나 큰 사업 기회가 새롭게 등장했는지 경험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스마트카 플랫폼 등장이 어떤 사업 기회와 어떤 위기를 만들어 낼지 설레임과 기대감, 긴장감이 혼재돼 있다. 스마트폰 등장이 휴대폰 산업의 변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돌아보면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스마트카의 등장이 자동차 업계에 줄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1월 19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등장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파나소닉 등 기존 피처폰 강자들이 연이어 몰락했다. 10년 넘게 지난 지금 휴대폰 산업의 패러다임은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및 핵심부품을 만드는 HW 제조사는 치열한 원가경쟁으로 낮은 영업이익률 또는 적자로 고전한다. 반면에 구글,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SW 플랫폼 기업은 스마트폰 HW 사용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높은 이익률로 초고속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사용자 빅데이터 기반 구독서비스, 광고 등으로 20~40%의 영업이익률을 올린다.

CES 2022에서 주요 자동차 업체가 SW 플랫폼을 핵심전략을 발표한 것은 2019년 스마트폰 등장 이후 우리가 경험한 변화의 무게감과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매년 고성장하는 스마트폰 SW 플랫폼 업체의 데이터 기반 사업모델은 스마트카를 시작하는 자동차 업계가 차량 빅데이터 중심 플랫폼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됐다.

기회뿐만 아니라 위기감도 팽배하다.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포괄하는 스마트카 등장과 함께 테슬라, 리비안 등 신규 전기차 업체가 급성장했다. 또 애플의 '애플카' 출시 예정 소식은 자동차 업계에 노키아, 모토로라의 몰락과 같은 퇴출 위기감을 안기고 있다. 실제 구글, 애플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플랫폼 상용화 이후 모든 운전자 사용 데이터는 구글, 애플이 독점했다. 완성차 제조사는 이 같은 현상을 보면서 자동차가 '깡통' HW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체감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지만 한국은 빠른 추격자로서 세계 1등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를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캐시카우인 SW 플랫폼 사업은 고스란히 해외업체에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이제 막 시작된 스마트카 시장에서는 SW 플랫폼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스마트카 관련 배터리, 라이다, 레이더 등 HW는 착실히 준비하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스마트카 SW 플랫폼에서는 소수 업체만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실정이다. 빠른 HW 추격자로 너무 HW에만 집중한 나머지 SW 플랫폼은 구글, 페이스북에 내줬던 스마트폰 시대의 아쉬운 데자뷔를 보는 느낌이다. CES 2022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GM,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토요타 등은 모두 SW 플랫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에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느 곳에 투자할까. 구글, 페이스북 같은 SW 플랫폼에 투자할까?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같은 HW 회사에 투자할까?답은 쉽다. SW 플랫폼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이 앞으로 50년을 위해 그 결정을 할 때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 david.hwang@obi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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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연 오비고 대표.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필자소개> 황도연 오비고 대표는 정보기술(IT), 자동차 SW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관련 분야 기술 연구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표창도 받았다.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판뉴딜 국정자문단 자문위원 및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등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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