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시장 공략 안간힘
중국 TV업계가 CES 2022에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며 한국기업 따라잡기에 나섰다. 샤오미, 화웨이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이 불참을 선언한 것과 달리 대형 부스를 마련해 기술력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저가 제품의 수익성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프리미엄 TV를 대거 공개했지만 삼성·LG 등 글로벌 TV시장을 주도하는 한국기업 제품을 쫓아가기 바빴다는 평가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TV업체들은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미니 LED TV, QLED 등 프리미엄 TV를 대거 공개했다.
혁신을 이룬 제품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사실상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을 따라하거나 흠집내기에 열중했다.
글로벌 TV시장 4위인 TCL은 이번 행사에서 미니 LED TV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니 LED TV를 출시한 점을 내세우며 85형 8K 제품을 포함해 7개 신 모델을 선보였다. 부스 맨 앞에 전시한 'X9 925 프로 8K 미니 LED'는 85형에 두께가 10㎜에 불과한 제품이다.
여기에 야심차게 준비한 '울트라 슬림 8K 미니 LED'는 두께를 3.9㎜까지 줄여 관람객 관심을 끌었다.
다만 TV를 작동하는 구동부가 빠진데다 시제품에 불과해 출시 여부는 알 수 없다.
TCL은 부스 옆쪽에 미니 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비교 공간을 마련했다. 밝기와 색영역, 해상도, 번인, 두께 등 모든 영역에서 OLED보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 OLED TV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LG전자를 겨냥한 것이다.
하이센스 역시 OLED를 견제하기 위해 ULED로 이름 붙인 미니 LED TV를 공개했다. 85형 8K(U9)·4K(U7)제품부터 75형 8K(U9H), 65형 4K(U7H·U6H)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화면 마이크로LED를 의식한 듯 '빌트인 엣지 블랜딩 디스플레이'로 이름 붙인 120형 대화면 제품도 소개했다.
하이센스는 삼성전자가 이번 CES에서 공개한 가로, 세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TV와 유사한 '로테이팅 TV'도 발표했다. 세로모양 TV는 삼성전자가 2019년 처음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가로에서 세로로 화면이 바뀌면 사용자인터페이스(UI)도 자동으로 바뀐다. 하이센스는 자동으로 조정되지 않았다.
하이센스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전자도 미니 LED TV가 있지만 회사마다 구현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혁신적인 기술을 합리적에 판매하는데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TV 시장에서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8.6%(4위)와 8%(5위) 점유율을 기록했다. 16년 연속 1위인 삼성전자(27.8%), LG전자(18.4%)와 차이가 크다.
이들이 한국기업 제품을 따라하면서까지 프리미엄 제품 출시에 집중하는 것은 저가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 고사양, 대화면 프리미엄 TV로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67% 가량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판매단가(ASP)가 가장 높은 OLED TV는 LG전자가 60% 이상 점유하고, 삼성전자 역시 프리미엄 LCD TV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과 함께 OLED TV 시장 진출도 선언했다.
중국 업체는 LCD TV 영역에서 프리미엄 라인업에 해당하는 미니 LED TV시장을 공략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고 수익성 개선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니 LED TV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초 출시했다. OLED TV 부문에서는 TCL은 제품이 없고 하이센스는 1%대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