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종, SPC 연내 설립 예정
2018년 1월 시동...공회전만 계속
정부 혁신서비스 지속 지원 필요
정부가 결국 해를 넘긴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다시 박차를 가한다. 기존의 협상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앞으로 15년 동안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데 기초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혁신 의지가 필요하다.
◇세종·부산, SPC 새출발
국토교통부는 부산 국가시범도시 SPC 민간사업자 공모에 대한 공고를 내고 오는 11일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첫 민간 사업자 공모 공고를 낸 지 1년 8개월 만에 다시 낸 재공모다. 부산은 2020년 4월 세종과 함께 사업자 공고를 낸 후 재공고·재입찰로 일정이 연기되다가 우선협상자대상자 선정 후에는 두 차례나 협상이 결렬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오는 2월 3일 의향서, 3월 29일 사업계획서를 접수하고 4월 중 평가해 SPC 민간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예비 사업 없이 본사업으로 직행한다. 국토부는 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업무지구 내 용도 변경을 허용하고 사업성도 높여 민간사업자와 협상이 불발되는 일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이달 중 부산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 실시계획을 변경한다.
민간사업자 선정은 순탄하게 진행됐던 세종에서는 사업 구체화 작업뿐만 아니라 제도적 장벽에 부딪혀 지난해 출범이 불발됐다. 2020년 사업자 공모 당시 2020년 SPC 출범을 목표로 했지만 늦어지다 지난해에도 해를 넘겼다.
하지만 상당수 작업이 진척됨에 따라 1분기 안에는 SPC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 재정 투입에 대한 예비타당성 면제를 받은 상태로, LH 출자 규모가 확정되는 대로 SPC 출범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도 진행하면서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4년 동안 헛발질, 준비 안 된 탓
국가시범도시는 2017년 8월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의해 시작됐다. 2018년 세종 5-1생활권, 부산 에코델타시티 일원이 선정됐으며 현재는 각각 83만평, 84만평 부지에 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할 민간·공공 공동 출자 법인 SPC를 구성하는 단계다. 세종 SPC의 공공부문 사업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산은 한국수자원공사(케이워터)가 맡았다.
2018년 1월 국가시범도시 지역 선정 당시에는 세종은 2021년 말, 부산은 2021년 7월 첫 입주를 목표로 했다. 5년 만에 세계적인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해 기본구상과 시행계획에서부터 비판에 직면하며 난항이 예고됐다. 세종에서는 기본구상에서 도시 내 일반 차량 주차를 할 수 없게 하고 자율차와 공유차 위주로 운영한다고 해 지적을 받았다. 실제 시민이 생활할 도시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혁신안 탓에 정재승 총괄계획가(MP) 책임론도 불거졌다. 부산은 천재원 총괄계획가가 중도하차해 진통을 앓았다.
이후 시행계획과 실시계획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투입되면서 2020년 4월에야 민간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 세종은 LG CN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선정됐고 부산은 단독응찰에 따른 재공고를 거쳐 한화에너지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컨소시엄 선정 당시에도 잡음이 일었다. 두 지역 모두 선정 평가에서 혁신성보다 땅값 배팅이 선정을 좌우했다. 강제차등제 등 혁신점수를 더 크게 부여할 방법도 있었던 만큼 LH와 수자원공사 배불려주기라는 비판도 일었다. 부산에서는 여기서부터 더 큰 문제가 불거졌다. 우선협상대상자도, 차순위협상대상자도 결국 협상이 결렬되는 사태를 겪었다. 두 컨소시엄 모두 유연하지 못한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협상 태도를 지적했다. 소송전까지 이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컨소시엄에 속해 있던 기업들은 “최소한 특혜를 받았다는 오해는 안 받겠다”며 허탈해했다.
◇세계적인 스마트시티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시범도시는 대통령 제안으로 시작된 전형적인 톱다운 모델이다. 스마트시티는 도시민들이 주도해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발전시켜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다. 처음부터 국가시범도시라는 개념 자체에 반대하는 스마트시티 전문가들이 많았을 정도다. 백지상태에서 세워 올리는 콘셉트만큼 정부나 사업자들도 경험이 없었다. 사업자 선정까지 장애물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법인을 설립하면, 그 시점부터 15년 동안 운영을 해야 한다. 건설 5년, 운영 10년을 한 사업자에 책임을 맡기면서 부동산 건설을 통해 얻은 수익을 혁신기술에 재투자하도록 설계했다. 백지상태에서부터 장애물 없이 혁신기술을 실증할 수 있도록 만든 도시라고 해도, 우리 사회 전체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그대로 투영된다.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해당지역에서만 실증한다고 해도 기존 사업자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우선사업을 하고 있는 세종시에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계약에서의 유연한 대응 뿐만 아니라 혁신서비스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스마트시티 분야 한 전문가는 “백지상태 부지뿐만 아니라 사업 자체도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다보니 어떻게 계약범위를 해야 하고 행정 절차는 무엇이 필요한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건설하고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