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반대로...상임위 네 번째 무산
대선 맞물려 상반기 내 통과 불투명
대기업 43조 투자계획도 차질 예상
정부가 수소경제 이행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핵심 이행 법률인 '수소법 개정안' 국회 상임위 통과가 또 다시 무산됐다. 상임위 특허소위에서 수소법 개정안 통과가 막힌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오는 3월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 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수소경제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인 대기업들의 행보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수소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최종 의결하지 못했다.
이날 수소법 개정안에 대해 '축조심사(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심사하는 것)'를 진행했지만 야당 반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발의된 수소법 개정안은 그동안 여당 일부 의원이 반대하면서 법안이 진척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야당이 그간 얘기하지 않았던 '원전 정책'을 거론하면서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야당에서 원전이 탄소가 안 나옴에도 불구하고 법안에 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면서 “그간 심사에서는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소법 개정안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청정수소 중심 수소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청정수소 정의 및 인증제도,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 부여로 청정수소 시장 조기 구축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연료전지 업계에서 주목하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등도 이 개정안이 통과돼야 실현될 수 있다.
수소법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특허소위 안건으로 선정됐지만 일부 여당 의원이 반대하면서 최종 의결에 이르지 못했었다. 그러다 법안을 일부 수정하는 방식으로 여당 의원 제안을 반영했고 정부에서도 이번에는 법이 소위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이번에도 법안 통과가 불발된 셈이다.
업계는 새해에도 수소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면서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새해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 안정적인 제도와 정책 기반이 구축돼야 하는데 새 정권이 들어서는 시기를 맞아 국회 여야 대치 국면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열린 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포스코, SK, 현대차 등 국내 대표 대기업이 2030년까지 43조원 투자를 확정한 바 있다. 현행 상태로는 대기업 투자가 단행될 수 없다.
국회는 올해 대선과 이어지는 새 정권 출범, 부처 개편 등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안에는 개정안 통과가 힘들다고 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올해 대선 때문에 이번 달 국회 일정을 여는 것도 힘들었다”면서 “다음 달에는 국회 일정을 잡기가 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국회가 정치 이슈로 움직이는 사이 투자를 약속한 기업은 수소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수소법 통과로 CHPS 도입을 기대하는 발전용 연료전지 업계는 당장 타격이 불가피하다.
<표>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개요
자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