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보고서 발송…전원회의 심의 내년 1월 말 시작
해외 경쟁당국 심사, 대한항공 등 결합 당사 시정조치안 관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의견으로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29일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관련 브리핑을 갖고 새해 초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심사관이 전원회의를 앞둔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공정위는 항공사 간 결합이 처음이라 국민적 관심도가 높고, 해외 경쟁당국은 심사 중간에도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 등을 공개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에 의한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기 위해 여객 노선은 87개, 화물 노선은 26개 시장으로 획정했다. 항공기정비업 등 기타시장은 6개로 봤다.
국내선은 소비자 구매 패턴을 고려해 편도로 봤고 서울~부산 등 내륙 간 노선은 KTX, SRT 포함했다. 항공화물은 국가 간 육로운송 가능성, 통관제도 등을 고려해 지역권별로 시장을 획정했으며 국내선은 육상운송 및 해상운송을 포함했다.
공정위 분석 결과 인천과 LA, 뉴욕, 시애틀, 바르셀로나, 장자제, 프놈펜, 팔라우, 시드니를 오가는 8개 노선과 부산을 출발해 나고야와 칭다오를 오가는 2개 노선 등 총 10개 노선은 결합 후 독점 노선이 된다.
공정위는 슬롯과 운수권을 이전하는 구조적 조치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보유한 한국 공항의 슬롯 중 일부를 반납하도록 하는 것이다. 운수권 재배분은 항공비자유화 노선에 한해 잔여 운수권이 없어 신규진입자가 운수권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 적용될 수 있다. 항공비자유화 노선은 항공자유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인천~런던, 인천~파리 등 대다수의 유럽 노선과 중국 노선, 동남아 및 일본 일부 노선이 포함된다. 다만 반납된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 할 수 있다. 고 정책관은 “운수권과 관련해 항공자원이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데 반납되는 운수권은 자국 항공사에게만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조치를 이행하기 전까지 운임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서비스 축소 금지와 같은 행태적 조치도 부과한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 발송 이후 의견제출기한을 4주 부여한 뒤 전원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최초 심의 기일은 1월 말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1월 말 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리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승인을 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폴, 호주 등 7개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이다. 이중 EU, 일본, 영국에는 합병 관련 정식 신고가 되지 않아 예비적으로 심사를 하는 상태다.
특히 해외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결합 당사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한국과 달리 해외 경쟁당국은 결합 당사가 시정조치를 제출하면 승인 또는 거부하는 구조다. 최근 항공결합에 대한 경쟁당국의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제로 최근 스페인 1위 항공그룹인 IAG와 스페인의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가 합병을 포기했는데 이들은 신규 진입 항공사까지 찾아 경쟁제한성 완화 시정조치를 제시했지만 EU가 이를 거부하면서 딜을 철회했다.
고 정책관은 “해외 경쟁당국은 회사들이 어떤 포지션을 갖고 노력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전원회의 과정에서 해외 경쟁당국과 조치가 상충하는 문제도 해소할 필요가 있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