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국악 연주자, 국내 기업과 협업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국악공연을 진행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예술의 결합으로 장애인도 예술공연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국악공연에서 '촉각 음정 시스템'을 이용해 국악 악기 음정을 청각장애 관람자에게 실시간 전달하는 기술을 선보였다고 29일 밝혔다.
촉각 음정 시스템은 음악이나 소리 등 청각 정보로부터 소리 주파수 신호를 뽑아내 촉각 패턴으로 만들어 피부에 전달한다. 기술 적용 장갑을 착용하면 음정 변화를 손가락으로 느낄 수 있다.
ETRI는 지난해 촉각 음정 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국악공연 '이음풍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국내 기업 비햅틱스가 개발한 조끼를 착용, 연주 박자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촉각 음정 시스템이 적용된 장갑을 통해 정밀한 음정 변화를 손가락으로 느낄 수 있다. 각 악기 선율 변화를 시각 효과(미디어아트)와 함께 제공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ETRI는 기존 촉각 패턴을 서양 음계 방식에서 국악 음계 방식으로 변경하고 악기 특성에 맞게 음역을 확대하는 등 시스템을 최적화했다.
잡음 조정(노이즈 튜닝) 및 속도, 떨림을 보정해 명확한 음정 표현을 가능케 했으며 음향-기기 간 실시간 반응속도를 높여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또 공연 환경 및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촉감 최적화를 변경할 수 있도록 UI를 개선했다.
해외에서도 촉각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라이브 공연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정밀한 악기 음정 변화를 동시 제공하는 방법으로는 이음풍류 공연이 세계 최초다.
신형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장은 “ETRI가 개발한 기술이 실험실 환경을 벗어나 실제 공연에 도입할 기회를 얻어 기술 개발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나아가 기술 적용 분야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