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 건강악화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 특별사면 복권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면서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특별사면·특별감형·특별복권 등을 심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특별복권 문제가 논의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고령자나 중증환자와 같이 어려운 여건의 수형자분들도 인도적 배려차원에서 사면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사면 대상을 논의를 주관하는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특별사면 규모와 대상자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2일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최근까지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왔다. 문 대통령도 올해 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사면론을 제안했을 당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건강이 최근 악화되면서 문 대통령이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어깨·허리 질환으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 정신적 불안 증세를 보여 이와 관련한 진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9억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받았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입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는 이달 초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두고 “시기상조다. 이분들은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부정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윤 후보는 “국민 통합을 위해 집권 초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