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K-에듀 성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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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세계 최대 오픈 교육 플랫폼 '유데미'의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한국 콘텐츠 경쟁력을 세계가 주목한다는 것이다.

K-팝이나 K-드라마에서 글로벌 성공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와 탄탄한 내수시장, 흐름에 까다로운 소비자로부터 비롯된 성과는 한국 교육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K-에듀와 K-팝, K-드라마는 같은 성공 DNA를 지니고 있다. 높은 성공 잠재력에도 K-에듀는 해외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교육기업, 에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가 공통으로 하는 말은 '해외 시장정보와 국내 적용 사례(트랙 레코드) 부족'이다.

우선 국내외 디지털 교육이나 에듀테크 시장정보가 조사·정리되지 않고 있다. 사교육비, 이러닝 시장 실태조사 자료는 있지만 이는 디지털 교육 시장이나 산업 정보와 결이 다르다. 에듀테크 관련 국내외 시장 정보가 필요하다. 데이터는 기업과 정부가 전략과 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는 부분이다.

공교육에서 에듀테크 적용 사례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줌 등을 널리 쓰는 것과 달리 국내 솔루션을 수업에 직접 활용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국내 교육기업과 에듀테크를 막론하고 교육산업은 '사교육'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유롭지 않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사립학교는 물론 공립학교와 같은 공공 영역에서도 자유롭게 교육 솔루션과 콘텐츠를 선택해서 활용한다.

더 큰 문제는 하소연을 받아줄 정부 부처가 없다. 미래 교육산업 관련 정책은 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등에 각각 에듀테크, 이러닝, 디지털 훈련 등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산업 활성화를 견인하는 분위기에도 교육산업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과몰입 논란을 겪은 게임산업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있지만 교육산업만은 사교육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에 뛰어난 원격교육 서비스나 콘텐츠를 활용하려는 수요는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디지털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책 등 교재 중심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교육으로 곧장 넘어가고 있다. 국내는 미래 교육 요구에도 민간의 혁신 교육 서비스나 솔루션을 적용하는 게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민간 혁신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교 교육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 공산만 높인다. 눈높이가 높은 학부모와 학생은 이미 학교 안팎의 교육 서비스를 비교하고 있다. 학부모나 학생들의 눈을 학교 밖 교육서비스로 돌리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