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프로골프 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 '쩐의 전쟁'이 벌어진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프리미어골프리그(PGL)가 2023년 1월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연간 18개 대회에 총 3억6000만달러의 총상금을 장전하자 미국프로골프투어(PGA)도 대응에 나섰다.
먼저 플레이오프 상금 규모를 기존 6000만달러에서 7500만달러로 대폭 늘리고 플레이오프 우승자 보너스도 1800만달러(기존 1500만달러)까지 키웠다. 성적 외 인기도에 따라 포상을 진행하는 선수 영향력 보너스 총액도 기존 4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더 올랐다. 성적과 인기를 모두가진 일부 스타선수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강력한 적의 등장에 묻혀버렸다.
투어 총 상금액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총상금이 2000만달러로 확대되고 4대 메이저 대회 역시 1500만달러 규모 총상금으로 무장해 PGL의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전략이다. PGL이 매 대회마다 2000만달러의 총상금을 내걸고 톱스타 48명만 초청해 컷오프 없이 3라운드 경기를 치를 계획인만큼 최상위권 톱스타 유출을 막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PGL 등장으로 '넘버 투' 자리마저 위협받을 위기에 놓인 유러피언투어는 이름까지 바꿔달고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유러피언투어는 지난 11월 25일 아랍에미레이트의 글로벌 물류회사인 DP월드를 타이틀 스폰서로 영입해 투어 이름마저 DP 월드 투어로 개명했다. DP 월드 투어는 이번 시즌에 27개국에서 총 47개 대회를 개최, 역대 최대규모인 2억달러 규모로 치러진다. PGA와 PGL의 싸움에 직접 뛰어들어 3파전으로 끌고갈 정도는 아니더라도 존재감을 뽐내기엔 충분하다.
잊혀져가던 아시안투어도 기사회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투어를 중단한 뒤 20여개월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아시안투어에도 오일머니가 쏟아졌다. 아시안투어는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로부터 2억달러를 투자받아 향후 10년간 매년 10개 대회를 신설, 투어를 치른다. 첫 대회도 이미 개최했다. 지난 11월 25일 태국 푸켓에서 열린 블루캐년 푸켓 챔피언십(총상금 100만달러)에는 올 시즌 KPGA투어 대상 등 3관왕을 차지한 김주형과 김비오, 김동은이 참가했고 김비오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26년 전 백상어의 꿈, 이번에는 이뤄질까
'백상어' 그렉노먼(호주). 세계적인 프로골퍼이자 유명 코스 설계가이기도 한 노먼이 PGL 초대 커미셔너로 등판하면서 세계 프로골프 시장 주도권을 놓고 PGA와 골프대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 대표이기도 하다. 아시안투어에 대한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역시 PGA와의 경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PGA와 DP 월드 투어의 연합전선을 상대하기 위해 높은 잠재력을 갖춘 아시안투어에 미리 포석을 깔아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먼은 지난 1994년에 한 번 실패를 경험했다. PGL과 유사한 개념의 월드 골프 투어(World Golf Tour)를 창설, PGA와 경쟁을 꿈꿨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PGA 커미셔너였던 팀 핀첨은 새로운 투어에 참가하려는 선수들에게 PGA투어 출장정지로 엄포를 놨고 결국 당시 최고 스타였던 어니 엘스와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등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며 쓴맛을 봤다.
26년 만에 다시 기회를 잡은 백상어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과거 노먼과 지금의 노먼은 다르다. 당시 세계 골프랭킹 1위 선수라는 영향력과 동료 스타 선수들과의 친분에 기댔던 과거와도 다르다. 노먼의 전략은 더욱 능숙해졌다.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의 아시안투어 투자가 대표적이다. PGA투어는 이로인해 과거처럼 출장정지 등 강경책의 명문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시간만큼 시대도 변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프로골프 투어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PGL 수장으로 돌아온 노먼과 PGA. '쩐의 전쟁' 결과가 궁금해진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