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미래 공간정보사회와 사이버 영토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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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영 LX한국국토정보공사 공간정보연구원장 jyson@lx.or.kr

21세기 초 우리는 사이버 영토 경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험대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트윈이나 메타버스란 이름으로 상징되는 가상세계의 구축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서막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디센트럴랜드, 더샌드박스, 엑시인티니티 등 수 많은 메타버스 상의 가상공간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가상세계는 크게 사이버공간에 현실세계를 구현하는 경우와 가공의 세계를 구현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현실세계를 사이버 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트윈은 전북 전주나 부산 등 일부 도시 지역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를 3차원 형태로 묘사할 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정보를 비롯한 다양한 속성정보를 접목함으로써 미래형 정보화 사회로 나아가는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그 구축 범위는 점차 전국 단위로의 확대가 예상된다. 이는 진정한 한국형 공간정보 모델의 탄생을 의미한다. 해외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멀지 않은 미래에 펼쳐질 가상세계 건설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가 앞서 나갈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을 미리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디지털트윈이나 메타버스 등을 비롯한 3차원 공간정보산업의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익스플로러, 크롬, 파이어폭스 등 몇 개의 웹 브라우저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가상세계 역시 궁극적으로는 몇 개의 세계로 귀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그 가상세계의 토지 거래 및 등록과 관련한 산업만으로도 천문학적 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가상세계의 특성 상 이를 이용 및 활용한 파생산업 역시 폭증할 것이다.

정부는 최근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하며 10대 대표과제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트윈을 선정했다. 함께 선정된 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국민안전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 그린 리모델링 및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등 역시 디지털트윈과 직간접 관련된 분야이다. 디지털 트윈을 우리나라 미래 발전의 핵심동력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다.

디지털트윈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기초로 우리나라와 선진 각국의 산업 현황 및 장단점을 면밀히 비교 분석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우리가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소규모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돼 연구개발(R&D)이 더딘 3차원 공간정보산업의 구조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제 막 태동한 산업 발전의 초기 단계인 만큼 세계 시장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신속 대응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 밖에도 준비할 것이 첩첩산중이다.

이미 정부는 제6차 국가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디지털 트윈 활성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새롭게 확대된 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그 거시적·미시적 전략을 더욱 세밀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디지털트윈 산업 발전에 관한 산·학·연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국가 R&D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과거 우리는 세계 정세 변화에 둔감해 나라를 빼앗긴 아픈 경험이 있다. 이를 교훈 삼아 다가오는 사이버 영토 경쟁에서는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대한민국을 꿈꾸며 이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할지를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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