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 합리적 검토 없이 입찰 참여 포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잔여지분을 인수한 것은 지주회사인 SK(주)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공정위는 22일 SK(주)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6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SK(주)는 2017년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의 주식 70.6%를 취득한 후 잔여주식 29.4%를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인수기회를 합리적 사유 없이 포기했다.
공정위가 지목한 사업기회는 '실트론 주식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다. 공정위는 “이 사건 사업기회 제공 행위를 통해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며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 회장이 취득한 주식 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 1967억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SK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회사가 사업기회를 포기하고 이를 자신이 취득하는 데 관여했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SK는 2017년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목적으로 실트론의 주식 51%를 매입했다. 이후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 의결 등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19.6%를 추가로 취득했다. SK는 남은 지분 29.4%에 대해 '추후 결정'하기로 내부 검토를 했으나 이후 최 회장이 인수의사를 피력하자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공정위는 포기 과정에 합리적 검토가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SK실트론 잔여지분 인수 안건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서 2차례 다뤄졌다. 그러나공정위는 거버넌스위원회가 사후적으로 이뤄진 점,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보고 형태였다는 점에서 이사회 승인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SK는 29.4% 잔여지분 매도자인 우리은행과 비공개협상을 진행하고 SK(주)의 임직원이 최 회장의 주식매매 계약 체결 과정을 지원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SK 측은 이에 대해 “당시 SK머티리얼즈 투자로 가용자원이 제한적이어서 배분이 필요했다”며 “49%를 전부 매입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남은 지분 49%를 전부 매입하는 안은 배제가 된 상태에서 29.4%와 19.6% 매입안을 두고 논의했다”며 “SK(주)의 CEO도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을 충족하는 벙위에서 결정하자'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을 통해 제재하는 사업기회 제공은 상법의 '회사 기회 유용금지'와 동일한 행위를 규제한다. 회사 기회 유용금지 조항은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해당 규정을 적용한 소송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최초로 제재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그 동안의 사익편취 행위와 달리 동일인에 대한 직접적인 부당이익 제공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는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이 사건 위반 행위는 이사회 승인절차 흠결 등 절차 위반에 기인한다”며 “위반 행위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최 회장이 사업기회를 제공하도록 SK(주)에 지시한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없어 고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K는 “특별결의요건을 충족하는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잔여 지분을 추가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잔여 지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은 해외 기업도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는 참고인 진술과 증빙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SK는 “공정위 보도자료는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심사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공정위 전원회의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