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배터리기업 R&D 3% 이상 강제...한국과 '맞짱'

중국 정부가 이전보다 강력한 배터리 시장 기준을 발표했다. 과거엔 한국·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시장 허들을 높인 것과 달리 이번엔 자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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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왔기 때문이라는 평가와 함께 자국 내 경쟁력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한국·일본·중국 간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업계 관리를 강화해 산업 발전과 기술 진보를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 업계 규범 조건'과 '리튬이온 배터리 업계 관리 방법'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국 내 리튬이온 배터리 기업은 △배터리 관련 제품 생산·판매·서비스 인프라 구축 △연간 매출액의 3% 이상 연구개발(R&D) 투자 △연간 생산능력의 50% 이상 생산량 확보 등 필수 조건을 내걸었다. 과거엔 없었던 기준으로 한국·일본 기업도 중국 내 R&D 조직을 갖춰야 한다.

높은 수준의 배터리 기술 기준도 마련했다. 정보기술(IT) 기기 등 소비전자형 배터리 셀의 에너지밀도는 ㎏당 230Wh 이상, 팩 에너지밀도 ㎏당 180Wh 이상이며, 충·방전 수명은 500회를 넘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전기차용 삼원계(NCM·NCA) 배터리의 경우 ㎏당 210Wh 이상, 팩 에너지밀도 ㎏당 150Wh 이상이다.

중국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당 160Wh 이상, 팩 에너지밀도 ㎏당 115Wh 이상으로 규정했다.

현재 LFP 배터리 셀 에너지밀도가 ㎏당 140~160Wh인 것과 비교하면 약 10% 높아진 수치다. 반면에 국내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NCM) 배터리는 이미 210Wh 이상이어서 문제 될 게 없지만 중국 기업 상당수는 기술 고도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셀의 에너지밀도는 ㎏당 145Wh 이상, 팩 에너지밀도 ㎏당 100Wh 이상으로 특히 충·방전 사이클 수명을 5000회 이상으로 규정했다.

소비전자·전기차용 배터리와 달리 ESS의 충·방전 사이클을 5000회 이상으로 규정한 건 삼원계를 주로 쓰는 한국·일본 기업에 불리한 기준이다. 삼원계 배터리가 LFP보다 장수명이 약 30% 짧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든 배터리의 사이클 수명 기준에 따른 용량 보존율 80%로 통일했다. 이는 과거엔 없었던 기준으로 배터리 재사용(Reuse) 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중국 정부의 배터리 시장 기술 기준은 과거 연간 생산능력 8GWh 확보, 화재 건수 등을 통해 한국이나 외산 제품의 시장 참여를 암묵적으로 제안했던 것과는 크게 상반된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중국의 배터리 규범은 자 국내 기술 기업의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며 “중국 기업 기술 수준이 크게 올라왔기 때문에 이 같은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한국과 중국 배터리 경쟁은 저가뿐 아니라 중고가 시장에서도 경쟁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차량 가격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 같은 기술 기준을 근거로 배터리 에너지밀도와 효율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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