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용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른 레저 스포츠가 금지된 가운데 골프인구가 급증하면서 골프장 이용료가 치솟고 있다. 그린피뿐만이 아니다. 카트비와 캐디피는 물론 식음료 값도 줄줄이 올랐다.
한국제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한 지난 해 5월 이후 대중제 주중 그린피는 24.9%가 올랐다. 특히 충북지역 대중골프장의 경우 주중 41%, 토요일 34%가 오르는 등 폭리수준의 가격인상으로 골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린피 등 골프장 이용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한국방송회관에서 '골프 산업 발전방안 공개 토론회'를 열고 골프 대중화와 지속 가능한 골프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의 초점은 대중제 골프장에 집중됐다. 골프대중화를 목적으로 각종 세제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그린피 인상율 10%)을 넘어서는 그린피 인상률을 보이며 정책이 무색해졌다는 평가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90년대 초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세제 혜택을 마련했다.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과 비교할 때 취등록세는 3분의 1에 그치고 재산세 역시 10분의 1만 부과된다. 또 회원제 골프장 경우 골프장 이용자에 대한 개별소비세(1인당 2만1120원)까지 부담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대중제 골프장들이 회원제 골프장 대비 높은 인상률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골프 대중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따른 각종 세제 혜택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중제 골프장의 횡포는 그린피를 비롯한 각종 이용료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대중제 골프장이 리조트 분양 등을 통해 유사 회원권을 분양하는 등 편법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지난 20년간 정부가 추진해 온 골프대중화 정책이 사업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진정한 골프 대중화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한 논의를 통해 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골프비용 인상, 대책은 없나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치솟는 골프장 이용료 역시 마찬가지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골프장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다.
골프 종주국인 영국의 경우 452만여명 골퍼가 있는 잉글랜드 지역에만 약 2000여개가 넘는 골프장이 영업 중이다. 올해 기준 군 골프장을 제외하고 500여개 골프장을 보유한 한국과 비교되는 숫자다.
물론 골프장만 늘린다고 이용료 인상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골프 대중화를 위한 정부 정책 효과 확대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수동적인 정책보다 가격인상 원인인 부족한 대체제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박노승 골프 칼럼리스트는 “체육공단에서 운영하는 에콜리안 골프장 같은 모델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에콜리안 골프장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실제로 에콜리안 골프장 경우 9홀 규모 한계에도 불구하고 낮은 그핀피와 수동카트, 그리고 노캐디 운영 등 저렴한 이용료로 많은 골퍼들이 찾고 있다. 충북 제천에 자리 잡은 에콜리안 제천의 경우 18홀 그린피가 주중 7만원, 주말 9만원에 불과하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효과적이다. 일반 골프장 경우 골프장 내 레스토랑 이용 등을 끼워 넣는 객단가까지 부활하고 있어 골프장 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에콜리안 같은 공공재 개념 골프장 경우 식음료 등 이용비용을 인근 음식점 등으로 옮겨갈 여지도 충분하다.
박성진 에콜리안 제천 지배인은 “제천 외 지역에서 찾아오는 비중이 높다”면서 “저렴한 그린피에 비해 시설 등 만족도도 높아 서울 등 수도권 이용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한 해 골프장을 찾은 이용객 수는 50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팬데믹에 따른 일시적인 증가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골프인구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보는 스포츠가 아닌 직접 즐기는 스포츠라는 차이점도 크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그 만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사업자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세제혜택은 의미가 없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 체육진흥공단과 함께 공공재 성격 골프장을 유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대체제 개발을 통한 골프비용 인상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