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 이견으로 진전이 없다.
문체부가 5월 입법 예고한 OTT 자체등급분류제를 위한 영화·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은 3개 부처 의견 조율 실패로 법제처 심사가 아직 시작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은 OTT 사업자를 '온라인비디오물제공업자'로 정의하고 문체부로부터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받은 온라인비디오물제공업자에게 플랫폼 내 콘텐츠 자체등급분류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골자다.
입법예고 직후 규제개혁위원회가 개정안을 규제 완화 법안으로 판단, 별도 수정없이 관계부처 의견수렴 단계로 넘어갔지만 부처별 의견 조율 불발로 7개월째 정부안 발의를 위한 후속절차가 답보상태다. 3개 부처는 OTT 자체등급분류 도입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내용상 이견을 보였다.
등급분류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입법예고 개정안은 규제가 아닌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앞서 자체등급분류를 채택하고 있는 게임 콘텐츠와 형평성을 고려할 때 적정 기준에 부합하는 OTT 사업자만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해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문체부 장관이 온라인비디오물제공업자에 대한 별도 신고를 받기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명시된 OTT 법적지위를 준용해 지정 심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복규제 방지 차원이다. 지정제도 필요성은 동의했다.
방통위는 영비법이 아닌 다른 법률 제·개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OTT가 유료방송 사업자로 분류되는 만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아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후 심의를 받는 방식으로 전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는 범정부 합의로 확정된 제도 도입이 부처 간 이견에 1년 6개월 이상 미뤄지는 것에 불만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문체부 개정안상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심사를 매 3년마다 받게 될 비효율적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제도화해달라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다”며 “부처 간 정부안 합의가 어렵다면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 처리를 통해 OTT 자체등급분류제도를 조속히 도입해달라”고 촉구했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전략(디미생)을 주도한 청와대가 범정부 OTT 정책협의회를 통해 부처 이견을 조정, 법률 개정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게 전문가와 업계 공통 지적이다.
미디어학계 관계자는 “개점휴업 상태인 OTT 정책협의회를 가동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며 “세 부처 의견이 극명하게 다른 만큼 디미생 이행점검 주체인 정책협의회가 책임지고 OTT 자체등급분류제 도입과 OTT 법적지위 부여를 위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TT 정책협의회는 청와대를 주축으로 과기정통부·문체부·방통위 고위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정책 협의체다. 관계부처 OTT 정책 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지만 장기간 열리지 않았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