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교각살우" 반발 나서
규제대상 기업 파악도 못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재무구조 개선 심사도 늦어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연내 마무리를 장담했던 기업결합 사건 심사가 지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험난한 연말이 예고됐다.
2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플법과 항공결합 지연을 두고 IT업계와 산업은행이 동시에 '교각살우(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임)'를 언급하는 등 공정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온플법 제정은 조성욱 위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중점 추진해온 사안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와 규제 권한을 두고 충돌하면서 국회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다. 규제 권한은 방통위와 나눠 갖기로 정리되고 대상 기업도 매출액과 거래액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온플법 대상은 매출액은 1000억원, 중개 거래 금액은 1조원 이상인 플랫폼으로 좁혀졌다.
이에 대해 IT업계는 온플법 대상 기업이 100개가 넘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공정위가 기업 공시자료와 언론 보도 바탕으로 추정한 규제 대상 기업은 18개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상 기업을 파악하기 위한 업계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온플법을 신속하게 제정하라며 목소리를 냈고, 학계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정의를 앞세운 플랫폼 규제가 '교각살우'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정위는 온플법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회의에 앞서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거대 플랫폼에 사전 규제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이 연내 마무리를 공언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기업결합 심사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짙어졌다.
항공업계는 공정위의 빠른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부분 자본잠식이 발생했고 부채비율이 3700%에 육박해 대한항공 인수대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 이에 공정위도 국내 심사에 속도를 내 해외 경쟁당국에도 신속한 심사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정위 판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항공사 간 결합은 해외 경쟁당국과 소통하며 노선별로 경쟁제한성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취항 예정인 항공사가 있다면 이를 고려해야 하는 등 변수도 복잡하다.
공정위는 현재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1차 심사보고서를 먼저 보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2차 심사보고서 발송과 전원회의 상정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연내 결론이 날 수 없다.
3년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간 심사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 결합에 열쇠를 쥔 유럽연합(EU)이 심사를 재개하면서 심사기한을 내년 1월 20일로 밝힌 만큼 내년에나 결론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조선업계 1위와 2위 간 결합이고 양사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점유율이 60%를 넘는 만큼 EU가 경쟁제한성을 깐깐하게 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 판단이 남아 있어 한국에서 결론을 내도 마무리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내에서는 기업결합으로 인한 고용 문제 등도 고려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