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병실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병원의 병실 시스템은 아직도 노동집약적이다. 지금과 같은 병실 시스템으로는 제2, 3의 코로나에 대응할 수 없다. 병실 시스템은 지금보다 많이 달라져야 한다. 더 스마트한 병실 시스템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Photo Image
<양진영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스마트병실이 현실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병원 시스템은 간호사가 수시로 회진하며 호흡, 맥박, 심장박동 등 환자의 기본 상태를 측정한다. 회진 후 일일이 환자 상태를 차트에 정리하는 업무까지 필요하다. 미래에는 환자 몸에 간단한 장치만 부착하면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병실 침대마다 부착된 카메라로 환자의 호흡과 맥박이 자동 측정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간호 인력은 긴급 알람이 울릴 때까지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환자를 돌보는 병원의 기본 업무가 효율적으로 변하게 된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대경첨복재단)은 카메라로 혈압까지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조만간 병실에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hoto Image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전경>

또 척추 수술을 받기 위한 환자는 경험 많은 의사를 찾는다.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찾는 이유는 개복 후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척추 수술 전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세상이 온다. 최근 환자의 척추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들을 3차원(3D)으로 재구성해서 수술을 사전에 연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가 개발돼 품목 허가를 받았다. 의사가 수술하기 전에 연습하면서 어떤 위치에 어떤 각도로 기구를 삽입해야 하는지 등을 계획할 수 있다. 환자의 척추 상태를 3D 기술로 표현하고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하는 척추 수술 내비게이션 SW 개발도 한창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술 보조 업무를 대신할 로봇팔이나 의사의 지시에 따라 구동되는 수술 보조기기도 조만간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언급한 이 모든 기술은 현재 대경첨복재단이 개발 막바지에 접어들었거나 이미 개발한 것들이다. 현재 의료기기 업체와의 협력 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앞당기는 노력을 하고 있다. 더 스마트해지고 더 첨단화될 내일의 병실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회복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경첨복재단은 그동안 스마트병실을 만드는 연구에 앞장서 왔다. 학문을 위한 연구, 책상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아니라 산업과 연계되는 연구가 목표이기 때문에 실제 병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환자에게 직접 적용하고, 생명을 살리는 연구가 재단의 핵심 가치다.

의료진의 단순 업무를 줄이고 위험 부담을 감소시키는 기술 개발은 중요하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기관과 네트워킹도 해야 한다. 개발된 기술이 인허가 과정을 거치고 임상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지원해야 한다. 이 역시 재단의 임무다.

불황 속에서도 의료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거대한 의료시장은 지멘스, 제너럴모터스(GE), 필립스, 존슨앤드존슨 등 거대 공룡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 개발이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3분기 의료기기 수출액이 47억6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였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26%나 성장한 수치다. 가파른 성장의 일등 공신은 진단용 시약이다. 대한민국 진단 시약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11억9000만달러(1조4000억원) 수출을 기록했다. 진단 시약이 의료기기 수출의 효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불과 3년 전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 기업이 지멘스와 같은 거대 기업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몇 년 후 기우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의료산업시장 패권은 작은 기술 차이에서 온다. 대경첨복재단은 앞으로도 스마트병실을 만드는 기술 개발 연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양진영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jyj0518@dgmi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