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어쩌다 인터넷 식민지가 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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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늘 바꾸고자 하는 이에게 가혹하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적 타이밍을 놓치면 모두가 가혹해진다.”

한 정부가 5년 동안 달러를 벌어 오는 시가총액 100조원 이상의 기업 1개를 만든다면 25년은 5개 정부가 시총 100조원 이상의 기업 5개를 만들 수 있는 긴 시간이다. 그럴 수 있다면 대단한 국가 경제적 성과가 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에 한국 1개, 미국 57개, 중국 12개, 일본 11개. 상위 5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가 미국은 8092조원, 중국 2211조원, 한국 530조원으로 한국은 미국의 15분의 1이자 중국의 4분의 1 수준.” (전경련 2020 자료)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은 달러를 벌어오며 국부를 창출하는 시총 100조원 이상의 기업이 단 1개다.

50여년 전 박정희 정부가 만든 벤처 '삼성전자'다. 그 후 그 어떤 정부도 달러를 벌어서 국부를 창출하는 신생 100조원 이상의 기업 단 1개도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박정희 정부가 만든 100조원 이상의 기업 하나가 대한민국의 체면이다. 또 그것이 착시효과를 일으켰다.

ICT의 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대한민국, 25년을 뒤돌아보니 주 매출이 달러를 벌어오는 기업은 단 1개도 없다. 대한민국 인터넷산업은 달러벌이 없는 '씨 없는 수박' 꼴이다. 그 사이 미국은 주요 인터넷 수백조원 기업, 1000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초강대국 입지를 더 공고히 했다.

국내에서 시총 100조원이 넘는 그룹은 5개다. 4개는 박정희 정부의 벤처이고, 1개는 인터넷 벤처 카카오그룹이지만 대부분 국내 매출이다. 추격산업, 한국형 선도 산업의 한계다. 어쩌다 인터넷 식민지가 된 대한민국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며 번 돈으로 그들 씨 없는 수박 꼴인 대한민국 인터넷 기업들은 연봉축제를 벌였다. 눈물 어린 땀과 노동은 우리가 제공하고 돈은 그들이 번 인터넷 식민지 대한민국이다.

더 나아가 수천년의 고유 콘텐츠까지 그들의 식민지화 기업 돈벌이 수단으로 제공하고도 부끄러워해야 할 정부와 언론·정치권이 세계가 한류에 열광한다고 부화뇌동하며 들떠 있다. 우리 고유의 콘텐츠로, 우리 땀으로 달러벌이를 하면서 춤추는 모습이면 얼마나 좋으랴. 재주는 곰이 넘는데 돈은 그들이 벌고 있음을 알고도 사회 지도자층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수천년 된 문화재를 발굴해 찍은 그 멋진 사진에서 식민지 기업이 각 나라에 팔아먹고 세계가 한류에 흥분한다고 우쭐하는 모습으로 연상됨은 왜일까. 인터넷 식민지 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이유가 아닐까. 그들은 우리 것으로 전 세계에서 달러를 버는 데 우린 왜 망 사용료 운운만 하며 군색한 모습을 보일까. 그들은 인터넷 글로벌 기업으로 ICT 100대 기업이 57개나 있는데 대한민국은 왜 외국계 한국 인터넷 지사만 수두룩할까. 정치권, 청와대, 검찰, 감사원, 언론 등 각계의 국가 지도자그룹은 통렬한 반성은커녕 그 원인조차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래 대한민국, 진정한 선진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벌어 오는 신산업이 절실한 이유다. 달러를 벌어 오는 성장성 큰 인터넷 기업과 각 분야의 신산업 기업이 유일한 희망이다. 노새처럼 일한 선배 세대의 희생 덕에 탄탄한 제조업이 뒷받침된 대한민국, 그 덕에 열강 틈바구니에서 괄시받지 않게 된 대한민국, 인정하긴 싫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인터넷 강국으로 불린 나라가 왜 달러를 벌어오는 인터넷 기업 단 1개를 찾을 수 없는가.

국경 없는 인터넷이다. 미래는 신산업 경쟁력에 국가 간 명암이 갈린다. 인터넷과 연관된 신산업 경쟁력 없이는 미래도 없는 시대다. 달러벌이 없는 인터넷 식민지로, 인터넷 주권 없이 이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 초강대국 사이에서 인터넷 패권 경쟁에 당당히 도전할 것인가.

50여년 전 백사장 사진 한 장에서 조선소를 건설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할 때다. 그때의 결단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처럼 오늘의 결단이 20대가 50대, 70대가 되는 미래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각 산업과 인터넷에서 국가 간 패권 전쟁인 주도권 경쟁, 신산업 및 산업 간 패권 전쟁을 경험해 본 은둔 리더들을 찾아 그들에게 대한민국 지휘봉을 맡겨야 할 때다.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랑하던 대한민국은 어쩌다 인터넷 식민지가 됐다. 늦었지만 깨닫고도 바꾸지 않으면 반도체를, 자동차를 만들어서 수출하지 않고 50여년 동안 한국지사 조립공장만 있는 대한민국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

이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이다. 300년 전 철학자가 인터넷 식민지 대한민국에 던진 화끈한 교훈이자 앞으로 닥칠 미래 등대다.

이판정 넷피아 이사회 의장 pjlee@net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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