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이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탄탄한 연구성과와 함께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연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 상위 10% 논문 비중은 10.8%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 분야 교원 1인당 연구비는 7억8000만원에 달한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포스텍이 기술이전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무려 83%가 이 분야에서 나왔다.
기술사업화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차세대 항체융합단백질 치료제와 백신 개발로 이름이 높은 제넥신(생명과학과 성영철 교수)과 세계 최초 3D 바이오 프린팅 이식용 인공기관 개발 업체인 티앤알바이오팹(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등 유망한 벤처들이 포스텍 연구실에서 출발했다.
연구 인프라 면에서도 포스텍은 국내 유일 3세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해 세계 세 번째로 구축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리고 바이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등 연구뿐만 아니라 연구성과를 새로운 시장으로 잇는 창업 생태계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여기에 포스코가 벤처 생태계 구축을 위해 포스텍 캠퍼스에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올해 오픈함으로써 신약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의공학 분야 창업까지 확대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마련했다.
▲포항방사광가속기=포스텍은 3세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보유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물질의 미세구조, 다양한 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시설로 4세대는 '찰나'라고 비유되는 나노미터·펨토초 단위까지 분석할 수 있다.
기초과학은 물론 생명공학, 에너지, 나노, 반도체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방사광가속기가 햇빛의 100경배에 달하는 빛을 활용해 어떤 시설로도 보기 어려웠던 세포막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해 낸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잠긴 자물쇠로 비유한다면 신약은 이를 풀기 위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자물쇠를 열기 위한 열쇠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자물쇠 내부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방사광가속기 빛은 이 단백질을 분석하는 빛이며 이를 이용하면 특정 질병을 고칠 수 있는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세포막단백질연구소=세포막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세포막단백질은 세포의 생물학적 활동에 관여하며 세포 간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때문에 이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질병 원인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너무 작은 물질이라 지금까지는 분석이 어려워 신약 개발에는 활용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포항에 문을 연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빛과 극저온 현미경을 이용해 세포막 단백질 분석과 구조 기능 연구를 수행한다. 세포막단백질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연구소는 독일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세포막단백질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신약후보물질 발굴이 훨씬 쉬워지고 기존 약물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더욱 독창적인 개발이 가능해진다. 신약후보물질 도출에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 역시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BOIC·체인지업그라운드=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는 경북도, 포항시, 포스텍, 제넥신, 포스코가 총 252억3000만원을 공동 투자해 건립됐다. 바이오벤처 지원을 위한 센터다. 신약 개발 등 바이오 분야 벤처기업이 입주해 포스텍의 공동연구장비와 특수실험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산학연 협력 지원센터다.
센터의 특징은 오픈이노베이션, 즉 개방형 혁신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와 적극적인 공유를 통해 새로운 시장 창출로 이어간다는 뜻이다. 포스텍 기술이전을 통한 사업화 추진, 바이오 벤처 발전 큰 걸림돌 중 하나인 고가 실험 장비를 공동 활용하는 등 기업은 포스텍, 관련 연구소와 협력을 통해 발전해가도록 했다.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네오 이뮨텍, 바이크로바이오 기반 치료제 개발 회사인 이뮤노바이옴, 천연 고분자소재 개발기업인 에이앤폴리 등 10개 바이오 기업이 입주한 BOIC는 신약 개발 외에도 바이오3D 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개발 등 다양한 생명공학 연구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가 설립해 운영하는 체인지업그라운드 역시 다양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전초기지다. 포스텍과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에서 창출되는 여러 연구성과가 벤처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