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중국산 중간재에 취약한 공급망 구조를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중국 수입에서 전략적 취약성이 발견된 품목은 요소, 실리콘, 리튬, 마그네슘 등 1088개 품목으로 이 중 604개는 중간재에 해당한다.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18일 '한국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및 파급경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 중간재 604개 품목에서 전략적 취약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많은 수준이다.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국들은 특정국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도와 무역 역조를 공급망 취약성의 주요한 판단지표로 인식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무역적자이면서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관심 품목, 수입의존도 70% 이상인 품목은 취약 품목으로 정의했다.
대중국 수입에서 전략적 취약성이 관측돼 관심이 필요한 품목은 총 1088개로 나타났고, 이 중 604개는 중간재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중간재 분야 취약성이 높았다.
보고서는 같은 기준을 대일본 수입에 적용한 결과, 취약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중국산 중간재에 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대중국 취약 품목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산업 아틀라스(Atlas) 모형을 사용해 리튬과 마그네슘 연관 산업을 분석했다. 리튬과 마그네슘의 수요산업, 즉 2차 연계 산업은 화학, 이차전지, 반도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그네슘의 2차 연계산업은 철강이나 비철과 같은 유사업종은 물론 일반기계, 수송기계 등과 깊은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공급망 취약 품목은 한국의 주력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유사시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산업연구원은 새 국제 경제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공급망 취약성을 파악하고, 안정성 강화를 위해 산업별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바우 산업연구원 박사는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이번 사태와 같은 체계적인 공급망 위험에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취약하다”면서 “단지 모든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다변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선 가장 취약한 품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품목의 성격과 연계된 산업에 따라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