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차기정부와 미디어 거버넌스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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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교수

여·야가 대통령 후보를 확정하면서 20대 대통령 선거의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당내 경선이 후보 개인의 정치적 철학이나 비전 등을 제시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정책 대결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과정이 남아 있다. 국민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후보를 기대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을 육성할 정책과 정부 조직에 관한 이슈 역시 내년 대선의 핵심 어젠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하나로 1조원 가치를 창출한 사례처럼 K-콘텐츠 경쟁력과 유료방송 플랫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산업 진흥정책을 주도할 주무 부처의 탄생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 거버넌스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미래창조과학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수준에 그쳤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을 펴 왔다. 그 결과 4년이 넘는 기간에 미디어 관련 3개 부처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정책 집행이 이뤄지다 보니 부처 간 협력과 조정 능력이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고 플랫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도 미디어 정책을 단지 언론 정책과 동일시해서 미디어 산업을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실패했다. 심지어 가짜뉴스 규제에 매몰돼 '언론중재법' 제정 추진으로 정치적 갈등을 거듭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 이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데도 이에 맞서는 토종 OTT 육성에 실패했다.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체부 등 3개 부처가 소관 업무 확대 과정에서 관할권 확보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련 산업에 대한 진흥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오히려 중복 규제 등으로 사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게 미디어 업계의 전반적 평가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마저 미디어 산업에 과도하게 개입, 산업 재편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올해 KT스카이라이프의 HCN(옛 현대HCN) 기업결합 심사 기간이 1년 가까이 소요되고, 2015년 SK텔레콤이 당시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하려다가 공정위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계가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향후 우리나라 경제와 문화 역시 플랫폼 기반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데 이의는 없다. 차기 정부는 모든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과감한 정부 조직 개편으로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조직 내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을 확실히 분리, 그 역할을 다르게 부여해야 한다.

미디어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진흥정책을 핵심 업무로 담당하는 독임제 부처가 필요하다. 미디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입과 영향력 확대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

이미 방송과 통신 간 경계뿐만 아니라 방송과 OTT 같은 새로운 플랫폼 간 경계도 허물어진 만큼 통합적이고 수평적 진흥 중심의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이나 미디어 심의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제는 그러한 논쟁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미디어 공영성과 공익성을 제고하고 이용자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정치적 과잉을 최소화할 민간기구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정권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공영미디어위원회(가칭)'를 통해 공공성을 회복하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차기 정부는 대한민국 미래를 재설정하고 추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 조직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정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dksu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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