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셀프 서비스 수리' 프로그램 발표... 내년 미국부터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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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 고장을 사용자가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하는 '셀프 서비스 수리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내년 초 미국에서 먼저 도입 예정으로 공인 부품과 수리 도구, 매뉴얼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리할 권리' 법제화가 추진되자 폐쇄적 사후지원(AS) 정책을 고수해온 애플도 결국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 셀프 서비스 프로그램은 미국을 시작으로 지원 국가를 넓혀갈 예정이다. 국내 프로그램 도입 시기는 미정이다. 아이폰12와 아이폰13 시리즈에 우선 적용한 이후 M1 칩셋을 탑재한 맥 컴퓨터 등으로 순차 확대할 방침이다.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아이폰 사용자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카메라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장을 직접 수리할 수 있다. 애플 셀프 서비스 수리 온라인 스토어에서 200개 이상 부품과 도구 등을 구입 가능하다.

다만 애플은 '전자기기 수리와 관련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용자'를 프로그램 대상으로 한정했다. 관련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면 정품 부품을 사용하는 전문 수리 서비스 업체를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 AS와 관련 엄격한 자체 규정을 적용했다. 경미한 고장에도 높은 수리 비용이 요구되거나 리퍼(교환)를 강제하는 정책으로 이용자 불만이 누적됐다. 사설 수리업체에서 수리한 흔적이 발견되면 보증 기간 내에도 리퍼 등을 거부했다.

애플의 이 같은 관행은 이용자의 '수리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미국 일부 주에서 수리할 권리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올해 7월에는 제조업체의 수리 관련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했다.

국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이용자 휴대폰 수리 권리를 보장하는 '소비자 수리권 보장법'을 대표 발의했다.

제조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수리용 부품 공급을 거절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수리를 방해하는 소프트웨어 설치 등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로 위반 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관건은 애플 정품 부품 가격과 셀프 수리 후 보증 여부다. 프로그램이 도입되더라도 실효성을 갖추려면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수준의 부품 가격 설정과 보증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사설수리업체가 공인 부품을 이용할 수 있는 '독립수리제공업체 프로그램(IRP)'과 연계 확대를 통해 국내 AS 인프라를 개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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