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분기결산을 시작한 이후 3분기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통상 3분기는 여름철 전력판매량이 실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대규모 흑자를 기록해 왔다. 올해는 유가 등 전기요금 원료비가 대폭 상승했음에도 정부가 전기요금을 동결하면서 초유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 4분기 실적이 전통적으로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전은 지난 12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누적 기준 매출 45조564억원, 영업손실 1조129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직년 동기 대비 1조1794억원 증가한 반면에 영업이익은 4조2824억원 감소했다.
3분기 단독으로는 분기 결산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은 올해 3분기 매출 16조4622억원, 영업손실 936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3분기 15조7113억원 대비 7509억원 확대됐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2조3322억원 대비 3조2688억원 줄었다.
한전은 전통적으로 3분기에 연간 영업이익이 몰리는 실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름철 전력판매량이 급등하고, 전력판매 단가도 상승해 실적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전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분기에 1조~4조원 규모 영업이익을 실현해왔다. 하지만 올해 3분기는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적자 규모도 1조원에 가까울 정도로 컸다.
전기를 많이 판매하고도 적자를 보는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가 등 전기 원료비가 상승했지만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한전 실적 악화에 고스란히 영향을 줬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제조업 평균가동률 증가 등으로 전력판매량이 4.6% 증가한 반면에 전기판매 수익은 1.9%(808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올해 1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을 ㎾h 당 -3원으로 인하한 이후 3분기까지 동결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주목된다. 정부는 올해 발전공기업을 대상으로 석탄발전 상한제를 시행했고, 전력수요 증가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까지 한전 자회사 연료비는 1조8965억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2조8301억원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의무이행 비율이 7%에서 9%로 상향되면서 한전이 부담해야 할 금액도 확대됐다.
한전 연간 실적도 대규모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가와 LNG 등 원료 가격은 상승하고 있는데 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원상복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4조3845억원으로 예상했다. 현행 상태면 예상치보다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너지 전문가는 점차 커지는 기후·환경 투자비용과 전기요금 연동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후 전력도매시장과 전기요금을 완전하게 연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내년 기후·환경 비용 연동제를 강화해 석탄발전 감축 비용과 RPS 구입 비용, 배출권 거래비용까지 (전기요금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전력구입비가 오르면 판매전력 대금도 올리는 전력 도매시장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