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조절을 권고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경제동향간담회를 통해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11일 '2021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일시적인 공급 요인에 따른 물가상승을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면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 내년에는 1.7%를 예측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상회하고 있으나 근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수준을 감안할 때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장기간 저물가 현상이 있었고 최근 조금 반등했지만 큰 흐름의 전환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일시적, 단기적 요인을 생각하면 빠른 물가 상승이 단기간에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DI도 완화적이던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다만 경기 회복세가 아직은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8월에 한 번 (금리를) 인상했고 11월에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빠르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시적인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세 확대에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나온 얘기를 원론적인 수준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물가 상황을 보다 엄중하게 보고 있다. 한은은 이날 이주열 총재 주재로 경제동향간담회를 개최하고 11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이 총재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수요 회복과 공급 부족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졌다”며 “우리나라는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과 수요 측 물가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해 2월 비공개 간담회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개최됐다. KDI 금리인상 속도조절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간담회를 통해 고물가가 지속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견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급병목은 코로나19 확산뿐 아니라 탄소중립 추진, 주요국 간의 갈등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며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공통으로 직면한 어려움은 '알 수 없는 불확실성(unknowable uncertainty)'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