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최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75억달러(약 8조8425억원)의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한국 충전기 업계가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시장은 현재 한국과 유럽 업체가 경쟁 중이다. 중국이나 현지 충전기 업체는 없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충전기 50만기 구축을 추진 중이어서 시장 전망이 밝다.
시그넷이브이·대영채비·중앙제어 등 국내 충전기 제조사가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75억달러를 투입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나 주유소 등을 대상으로 초급속 충전시설을 확대한다. 가정용(7~20㎾급) 충전기보다 장거리 주행에 필요한 지역 거점을 대상으로 초급속(300·350㎾급) 충전시설을 늘릴 방침이다.
이에 지난 6월 SK가 인수한 시그넷이브이는 내년 미국 내 충전기 조립 생산공장 구축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초급속 분야 충전사업자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 이브이고(EVGo) 등에 초급속 충전기 공급 물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만큼 대대적인 시설 구축이 예상된다. 현지 경쟁사인 ABB(스위스)는 이미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췄고, 트리티움(호주) 역시 내년에 연간 3만기(초급속 기준) 생산 규모의 공장을 구축 중이다.
최근 롯데정보통신이 인수한 중앙제어도 미국 충전사업자인 BTC파워와 급속 충전기 개발 및 원천기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중앙제어는 BTC파워를 통한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초급속 충전기 제품군 강화에 나선다.
대영채비는 연내 미국 법인을 세우고 현지 충전서비스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후 조립 생산 공장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대영채비는 국내 업체 최초로 내년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 참가해 미국 시장에 최적화시킨 초급속 충전기 등의 신제품을 공개한다.
충전기 업체 관계자는 “북미 충전기 시장은 중국 업체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환경차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어 잠재력이 크다”며 “이미 한국 업체가 시장 진입에 성공한 만큼, 국산 제품의 이미지도 좋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지의 고속 충전기는 미국 4만8000곳에 약 12만2000기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