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과 온라인 플랫폼 분야 협회·단체들이 차기 정부에 '디지털경제부(가칭)' 신설을 요구했다. 속도감 있는 규제 완화와 미래산업 진흥책 마련을 위해 현재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ICT 관련 기능의 통합·재조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담 부처 신설과 함께 대통령 직속 디지털경제혁신위원회(디경혁위)도 신설해서 디지털전환을 위한 거버넌스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디지털광고협회가 모여 만든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출범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선 공약제안서'를 발표했다.
디경연은 우선 공약집 1순위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온·오프라인연계(O2O), 가상현실(VR), 핀테크 등 혁신 기술 기반 산업의 규제 혁파와 육성에 주력할 전담 부처로 '디지털경제부' 신설을 요구했다. 부총리급 장관이 운영하고,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분과를 꾸려서 전문화할 것을 요청했다. 청와대에 신설된 디지털혁신비서관 권한을 강화하고, 대통령 직속 디경혁위도 설치할 것을 주장했다.
'디지털경제 발전법'을 제정해서 국가 간 온라인 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보호와 피해 구제를 전담할 '디지털 통상분쟁조정위원회' 설립의 근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법'으로 전락한 산업진흥법 재정비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디경연 측은 “등록, 인가, 신고 제도 및 차별적 우대제도 등을 담고 있는 진흥법 조항에 대해 원칙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면서 “특히 진흥법과 진흥원 설치 전후 비교를 통해 산업발전 성과가 명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진흥법·진흥원을 축소·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연구개발(R&D) 세액공제 개선 △규제 샌드박스 재정비 △AI·데이터산업 육성책 마련 △디지털경제 생태계 구축 △게임 관련 규제 철폐 등을 요구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이날 주요 공약을 발표하면서 “디지털경제 분야는 지금 글로벌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어 지금 상태로는 우리나라가 현재 위치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에서 연합을 구성한 것”이라면서 “이번 공약을 기반으로 대선후보들과 더 구체적인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각 당의 대선공약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CT 강대국인 대한민국이 관련 정책·제도에서도 강대국다운 면모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낡은 제도가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개선해) 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공약집 발표에 그치지 않고 대선 과정에 디경연이 더 큰 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