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첫 자국산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내년 5G 보급·확산을 앞두고 단말기 자립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중국업체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라바모바일은 10일 '라바 아그니 5G' 출시를 발표하고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출고가는 1만9999루피(약 30만원)로, 삼성전자와 중국 샤오미 등이 포진한 저가 시장을 겨냥했다. 5G를 지원하는 6나노 기반의 미디어텍 디멘시티810 칩셋을 탑재했다. 라바모바일은 인도 기업 라바인터내셔널의 통신 분야 자회사다. 본사는 인도 노이다에 있다.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비롯한 통신 기기와 가전, 노트북, 컴퓨터 주변기기, 소프트웨어(SW) 등을 생산·유통한다.
라바모바일은 라바 아그니 5G가 인도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자체 설계·생산한 5G 스마트폰임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해외 브랜드가 장악한 상황에서 애국심 마케팅으로 판매량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도 정부 역시 자국산 5G 스마트폰 보급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처폰에서 롱텀에벌루션(LTE)으로 전환되는 시기에는 저가 모델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에 시장 대부분을 내줬지만 차세대 5G 시장에서는 자국산 제품으로 이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3분기 출하량 기준 샤오미, 비보, 리얼미, 오포 등 중국 제조사가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인도-중국 국경 분쟁 등을 겪으며 중국 브랜드에 대한 반발감이 커지고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인도 자국산 브랜드는 시장 점유율 2위(19%)에 오른 삼성에도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인도 주요 이통사업자와 함께 5G 통신망을 구축하고 다양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등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펼치면서 삼성전자와 여러 중국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인도에 차렸다”면서 “제조 기술과 양산 노하우를 흡수한 인도 현지 브랜드가 내수 시장 중심으로 약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