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업계가 유류세 인하에 맞춰 기름값을 즉시 내리는데 난색을 표했다. 재고물량을 처리하는 것이 먼저라는 자영 주유소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10일 한국주유소협회는 회장단 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시행을 환영한다면서도 기름값에 즉시 반영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정했다. 앞서 정부는 오는 12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에 부과되던 유류세를 리터당 164원, 116원, 40원 인하키로 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약 1만1000개에 이르는 전국 주유소를 회원사로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 협회 가운데 하나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와 자영 주유소 등을 아우른다.
한국주유소협회가 기름값 즉시 인하에 미온적인 것은 자영 주유소 의견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자영 주유소 비중은 전체 주유소 대비 8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 주유소 업자들은 유류세가 정유사 반출 단계부터 부과되는 만큼 기존 물량 소진 시까지 기름값을 낮출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통상 물량 소진 기간은 약 2주다.
다만 일부 석유대리점과 직영 주유소들은 기름값 인하에 적극 동참한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대한석유협회는 최근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들에게 유류세 인하를 즉각 반영토록 강제하는 것은 구조상 어렵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