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돈 뿌리기' 공약을 내걸면서 재정건전성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증액에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여당에서는 초과세수를 내년으로 유예해 활용하자는 주장을 냈다.
9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올해 초과세수분을 납부 유예해 내년 세입을 늘려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공약을 연일 내놨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연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공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추가 세수가 40조원 가량”이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줄 예산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국민의힘 후보는 “새정부 출범 100일 내 자영업자에 50조원을 지원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영업제한 조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를 특정했지만 언급하는 예산의 규모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뒤지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재정당국은 착잡한 심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일 예결위에서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맞춤형으로 필요한 계층과 대상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8일 예결위에서도 “여건상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이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재차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의 자영업자 피해보상 예산 50조원도 “대부분 적자국채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고 답했다.
재정당국인 기재부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국민 여론 또한 전국민 지급에 우호적이지 않자 여당은 방향을 틀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방역지원금은 위로금도 소비 진작도 아니며 일상회복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방역물품구입비에 대한 지원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점, 초과세수를 세계잉여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산이 끝나는 4월까지 기다려야하는 점 등이 세수 유예 카드를 꺼내든 배경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 수십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공약을 두고 표심 잡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재정건전성 논의는 사실상 잊혀졌다.
한국의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다른 국가 대비 양호하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IMF가 최근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한국의 헹 대비 일반정부 국가채무는 2026년 66.7%로 올해 말 기준 채무비율인 51.3% 대비 15.4%포인트(P)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간 35개 선진국의 GDP 대비 채무비율이 121.6%에서 118.6%로 하락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과 함께 늘어난 국가채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며 “기재부의 재정준칙안에 대해 반대한다면 다른 안이라도 내놔야하는데 그런 것조차 없다”고 우려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