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이 디지털 경제 전환, 전염병 팬데믹 등으로 인한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인적자원(HR) 전문기관으로서 새로운 사업모델, 교육·정책·조사연구·컨설팅을 확장해 도약한다.
KIRD는 대학, 정부 출연연구기관, 기업연구소 과학기술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제공 역할을 넘어 연구자 간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하는 학습의 장을 조성하고, 신진연구자를 대상으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융합연구 초석 역할을 강화한다.
박귀찬 KIRD 원장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조사·연구, 경력개발 분야에서 국내외를 망라해 선도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절반을 달려온 그는 이를 위해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에 따른 디지털 전환이라는 중대한 교육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조직 내적 성장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박 원장은 “조직 혁신을 바탕으로 남은 임기 동안 단기·중기·장기 관점에서 기관 발전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과학기술 인재 역량개발 종합기관으로 저변을 확대해 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취임 후 기관이 상당히 활발해지는 등 일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성과를 꼽자면.
▲취임 직후 기관 비전을 '새로운 미래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과학기술 인재개발 전문기관'으로 세우고 연구사업과 기관 운영 혁신을 단행해 오고 있다.
과학기술인 학습지원 혁신, 디지털 학습 생태계 조성, 과학기술 인재 개발 중장기 역량 구축 등 3개 전략목표를 수립하고 급변하는 학습 환경에 대응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임 이후부터 과학기술인에게 요구되는 필수역량을 정립하는 데 집중했다. 과학기술 인재 개발 정책, 글로벌 인적자원개발(HRD) 트렌드, 과학기술 인력 현황과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산·학·연 전문가 검증을 통해 공통, 연구개발(R&D), 리더십으로 구성된 총 95개 과학기술인 필수역량을 도출했다. 도출된 역량 모델은 교육과정 기획, 생애주기 관점에서 경력개발 서비스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인이 성장 목표를 수립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교육체계 변화에도 주력했다. 이론 중심 온라인 사전학습과 문제해결 및 학습경험 중심 집합교육 간 연계를 강화한 온·오프라인 통합 교육체계를 수립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역량 모델을 적용해 대학원생부터 은퇴예정자까지 생애 주기별 요구역량 강화를 위한 기본교육과 연구직 및 연구행정직 R&D 수행·관리 역량개발을 위한 전문교육, 국가 정책적 요구 및 수요기관 맞춤형으로 운영되는 특별교육으로 개편을 완료했다.
KIRD 교육 사업이 국가적 관점에서 R&D 인력양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시사점을 얻기 위해 '과학기술 인력개발 성과 프레임워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만족도 중심 단일평가체계를 발전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교육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평가를 아우를 수 있도록 투입-활동-산출-결과-파급효과 총 5개 영역에 16개 성과항목, 54개 측정지표로 구성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과학기술 인재 양성 당위성과 필요성을 증명하고, 교육 프로그램 품질향상을 위한 개선 자료로 활용해 '교육 성과관리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고자 한다.
-비대면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부합하는 과학기술 인재상과 이들에게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지.
▲인공지능(AI) 기술 확보와 활용 능력이 강조된다. 디지털 전환 흐름과 함께 다양한 차세대 기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AI 역량이 향후 국가와 기업, 연구자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 전 분야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과학기술인 인재상을 종합하면, 연구 전문성은 물론 AI 등 디지털 신기술 활용 역량을 보유하고,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융합 인재라고 생각한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연구가 활발해짐에 따라 다양한 구성원과 협력하는 능력,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 또한 요구될 것이다.
특히 국가 R&D를 수행하는 연구자는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기술사업화에 더욱 관심을 갖고 관련 역량도 갖춰야 한다.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과학기술인은 연구 결과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간과 달리 공공 분야 연구자는 기초 및 원천기술 연구에 집중하기 때문에 기대치만큼 가시적 사업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더욱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는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 개발 및 상용화 확대로 산업 구조가 급변하고, 노동시장 또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과학기술 분야 또한 수요 기술이 변화함에 따라 기술격차가 심화될 수 있어 지속적인 역량개발이 필수적이다.
-교육환경에 있어 디지털 전환 바람도 거세다. 개발원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지난 2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비대면 원격화상 스튜디오 'K-Live 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313인치 비디오월, 강연자를 자동으로 추적하는 팬틸트 방식의 카메라, 천정마이크, 98인치 전자칠판 등 첨단 장비를 갖춘 신개념 교육공간이다. 토론, 실습 등 참여자 간 상호작용을 유도해 온라인 교육 몰입도와 학습효과를 한층 높였다.
스튜디오는 KIRD 교육 외 과학기술계 유관기관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대전센터에도 추가로 구축해 비대면 교육 서비스 수준을 높여갈 계획이다.
스튜디오 구축과 함께 비대면 온라인 강의 실무가이드를 발간해 관련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코로나19, 디지털 전환 등으로 비대면 교육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으나 노하우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재에 삽입되는 등 국가·지방·공공·민간 등 109여개 기관에 배포돼 활용되고 있다.
과학기술인을 위한 마이크로러닝 플랫폼 '과기人 지식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짧은 단위 콘텐츠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학습하는 형태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학기술인이 융·복합 연구, 기술 동향, 인문 소양 등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또 시공간 제약이 없는 과학기술 개인별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차세대 온·오프라인 통합 교육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개인 학습 이력, 역량 수준 등을 고려한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 등을 추천하고,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큐레이션 기능을 도입해 내년 초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과학기술 인재상을 양성하겠다.
-중대한 변화 시점인 만큼 조직 내부 혁신도 요구된다.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기관 경영 선진화도 중요하다. 가장 먼저 직원 양성을 최고 수준으로 갖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양성 시 태도와 실행력 양 측면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미래 환경을 분석해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총 5개 유형으로 세분화된 KIRD 고유 경력개발 프로그램(CDP)을 설계해 이를 직원 교육과 평가에 적용하고자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관 미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 인재 양성 방안을 수립하고, 조직 내 고경력자 전문성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등 잠재인력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에도 노력 중이다.
조직 구성원 몰입도를 높이고 신뢰와 소통중심 일터를 구축하기 위한 조직문화 혁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영환경에 부합한 새로운 조직문화 키워드를 도출하고, 기관 경영목표 및 핵심 가치와 연계한 조직문화 혁신체계를 새롭게 기획했다. '일·가정 양립' '업무혁신' '직원양성·케어' '수평적 소통·협업·교류'를 혁신목표로 선정했다.
평가 수행을 위한 일회적 활동이 아닌 윤리경영 문화 정착·생활화를 통한 건강한 조직도 만들어가고 있다. 부임 직후 윤리경영 전담 부서인 준법지원팀을 신설했고, 반부패·청렴 제도를 다각적으로 마련하고 정비를 마쳤다.
그 결과 바른채용 인증, Best-HRD 최우수 기관 선정, 부패방지 시책평가 1등급 및 반부패경영시스템 국제 인증(ISO37001) 획득 성과를 이어가며 변화에 대응하는 건강한 원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관·산·학계를 두루 거친 HRD 전문가로서 KIRD를 어떤 기관으로 변모시키고 싶은지.
▲단기적으로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조사·연구, 경력개발 분야에서 국내외를 망라해 선도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KIRD를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인재 역량개발 종합기관으로 위상을 높이고 저변 확대를 위한 기틀을 만드는 등 역할과 책임성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른 중장기 마스터플랜은 단기·중기·장기 관점에서 기관 발전과 운영 방향 지침이 될 기관 발전 계획이다.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수립한 3개년 단위 상위단계 플랜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간 각 본부, 실·팀 차원 단기 중심으로 계획이 수립 기관 전체 관점에서 효과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웠고, 기관장 임기가 3년이라는 제약 때문에 단기간 차별적 성과 달성에 초점을 맞춰 온 것이 사실이다.
또 정책 등 외부 환경변화에 따라 기관 발전 방향과 전략이 수시로 변하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한 것이 수립 배경이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기관 운영 전략 구체화, 과학기술 인재개발 전문기관 위상을 제고하는 기준으로 이를 활용하고자 한다. 디지털 경제 전환, 전염병 팬데믹 등으로 인한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HR 전문기관으로서 새로운 사업모델, 교육·정책·조사연구·컨설팅을 확장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KIRD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소임은 국가 과학기술 인재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디지털 전환 등 시대 변화 속에서 KIRD가 이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시급하게 추진할 과제가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있다.
재임 기간 중 3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반으로 한 교육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비대면 학습 인프라 구축 등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에듀테크를 적용한 교수학습 환경을 고도화함과 동시에, 연구자 학습조직 활성화를 통해 융합연구 촉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 과학기술인 경력단계별로 필요한 교육, 연구, 컨설팅을 체계적으로 제공해 대학(원)생부터 산·학·연 소속 재직자, 나아가 고경력자까지 역량 향상을 도모하겠다.
셋째, 주요국 과학기술 인재 개발 정책기관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과학자와 국민 간 소통 프로그램 확대함으로써 과학기술인 역량개발 허브 기관으로서 면모를 갖춰 나가겠다.
<박귀찬 원장은>고려대와 영국 버밍엄대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하고 2010년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경제기획원을 시작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2~2003년 공정거래위 인사담당 서기관 시절 인사업무 전반을 맡으면서 공무원 역량강화 교육 체계를 처음 도입하는 등 인재양성 분야를 접하게 됐다. 2006년 포스코 이직 후 '글로벌 R&D센터'와 '글로벌 리더십 센터' 추진반장을 동시에 맡고, 이를 계기로 과학기술 R&D와 인재개발 두 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5년 포스코인재창조원장에 취임, 임기 후 단국대 인재개발원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4월 KIRD 원장 취임 이후 개인개발(ID), 경력개발(CD), 조직개발(OD)을 아우르는 인재개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학기술 인재양성 전문기관을 목표로 교육과 경영 혁신에 힘 쏟고 있다.
세종=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