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직업 양극화가 진행되던 고용시장의 구조 변화가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간한 '코로나 위기가 초래한 고용구조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노동시장 구조의 추세적 변화가 완화될 가능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전 한국의 노동시장은 자동화 등 기술의 발달로 반복직무의 직군의 노동수요는 감소하고 전문관리직과 단순노무서비스 직군의 노동수요는 증가하는 구조 변화가 진행돼 왔다. 임금수준을 기준으로 반복직무직군은 전문·관리직과 단순노무·서비스직군의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이 직업군의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이를 직업 양극화 현상이라고 불렀다.
KDI는 “기술 발전은 비용이 많이 드는 대면 근로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변화는 단순노무서비스 직군의 노동수요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면 근로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재택근무가 가능했는지 여부는 직업생산성 변동의 주요인으로 나타났다. 감염위험을 통제한 경우에도 재택근무가 어려울수록 직업생산성이 크게 하락했으며 같은 산업 안에서도 직업별로 고용 충격이 다르게 나타났다.
비대면 근로가 어려운 직무에서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향후 기술발전은 비용이 높은 대면근로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O2O 거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증가해왔으나, 비대면서비스가 어려웠던 음식서비스가 플랫폼을 통한 배달로 대체되는 등 대면 위주 서비스의 비대면 전환이 가속화됐다.
엄상진 명지대 교수는 “대면 중심 근로를 대체하는 기술의 변화는 단순노무서비스 직군의 노동수요가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 기준 직업별 고용비중을 보면 기존 추세 대비 전문관리직과 반복직무 직군은 각각 0.3%포인트(P), 0.5%P 상승한 반면 단순노무서비스직은 0.8%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노무서비스직무의 노동수요 감소는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다수 분포하는 산업과 연령대의 노동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산업별로는 저숙련 서비스업에서, 연령별로는 60대에 대한 노동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60대 이상이 주로 종사하는 단순 노무·서비스업에서 노동 수요가 감소하면 직업 전환이 어려운 경제 주체들에게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경제적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